▲배접과정 3배접을 한 후 건조판에 말린 다음, 다시 배접을 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차례 진행한 후, 족자, 병풍, 액자 등 다양한 형태로 표구를 진행한다.
이현석
"무엇보다 재료에 대한 연구가 중요합니다"이진수씨는 무엇보다 재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작품의 재료를 잘 알아야 적재적소의 표구 재료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그 용도에 맞는 재료를 써야합니다. 바닷가에 있는 집이라면 해풍에 견딜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하고, 습기가 많은 곳은 습기를 견딜 수 있는 집을, 뜨거운 지역은 더운 곳에서 견딜 수 있을 지어야 합니다. 용도에 맞게 재료를 써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어요."종이만 봐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한지와 양지로 분류하지만, 한지도 종류가 다양하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었느냐에 따라 종이의 질도 다르다. 일본의 종이가 '습기'에 강하다면, 우리 종이는 두루 강하지만, 특히 '건기'에 강한다고 한다.
풀도 마찬가지다. 흔히 도배에 쓰는 '밀가루 풀'과는 조금 다르다. 전통 표구에서 쓰는 풀은 물통에 밀가루를 남기고, 거기에서 나온 누런 물을 여러 차례 갈아주면서 정성스럽게 만든다. '밀가루 풀'과 '전통 표구용 풀'은 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또한 이 과정을 '삭힌다'고 표현하는데, 잘못해서 '썩게 되면' 그 풀은 쓸 수 없게 된다. 부패한 풀로 문화재를 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풀을 만드는 과정은 이처럼 정성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표구는 재료를 잘 선택해야 하는 작업이어야 하는 만큼, 문화재 수리 때에는 재료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문화재 경우에는 표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이를테면 두루마리를 만드는데 쪽 염색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발품을 팔아서 그 색을 구해야하고, 염색 작업도 해야 합니다. 그런 준비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 작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전통재료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 탓인지, 전통재료를 생산하는 곳이 없어지고, 기술인의 맥이 끊어지는 모습에서 아쉬움을 느낀다는 말을 큰 한 숨과 함께 내뱉었다.
문화재 표구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값 매기는 것'문화재 수리는 '문화재 수리 기능자'들이 다루게 된다. 이진수씨는 거기의 한 분야인 '표구 기능사'이다. 역사의 무게가 그대로 스며져있는 문화재를 다루는 만큼, 문화재를 다룰 때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기본에 충실하려고 애씁니다. 그러지 않고 임의대로 한다면 위험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작업 공정의 일부를 생략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싸늘해집니다. 작품의 생명에 큰 지장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아무리 예뻐도 내실이 중요하지요." '온고지신'이라는 말을 가슴에 되새기며, 기본에 충실하면서 변화를 꾀하려고 애쓴다고 말하는 그. 그런 그가 문화재 표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문화재를 값으로 매겨야하는 현실이다.
"자동차 수리할 때보면 자동차 단가표가 있어요. 그런데 문화재 수리에 그런 단가표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거북선을 재현한다고 할 때 그 단가를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요? 거북선과 가장 유사한 나무, 가장 유사한 가공법을 쓰면 완전히 가격이 달라지게 돼요. 작품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과연 단가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가끔씩 이런 어려움에 봉착할 때가 있습니다."문화재를 소중히 다루는 사람. 그래서 그가 표구 장인들에게, 그리고 그 작품을 보관하는 일반인들에게 남기는 말은 "오늘날 내가 만지는 작품들을 가볍게 생각하지 마라"이다. 표구는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일이며, 한 시대의 문화를 지켜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관리해서 보존하면, 역사로 남는다고 당부했다. 고려청자에 흐르는 천년의 빛에 우리가 감탄할 수 있는 것은 그 빛깔을 잘 보존하기 위해 애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만지고 있는 작품들이 몇 백 년 뒤에 천년의 빛을 고이 품은 '고려청자'가 될 수 있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문화재를 다루자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문화재를 지키고 가꿀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문화재를 보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어요. 한국표구협회에는 전통을 지키면서 평생 표구를 천직으로 알고 일해오신 훌륭한 분들이 많아요. 훌륭한 장인들에게 동산문화재, 지류문화재를 보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시면 좋겠어요. 이들을 우리 문화를 지키는 자원으로 활용해서, 우리 문화재가 후손에게 잘 물려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이진수씨에게 '수아당'의 뜻이 뭐냐고 물으니, '지킬 수', '싹 아', 싹을 지키는 집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에도 책상에 붙어 있던 글귀는 '항심'이었다고 한다. 변함없는 사람,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 되자는 뜻이었다. '수아당'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나왔다. 처음 표구사를 열었을 때, 그 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쉽지 않은 표구 장인의 길, 싹을 지키는 마음을 잃지 않고 하길 바래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문화재를 값으로 매겨야 하는 게 참 어렵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