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를 맞으며 김장배추를 잘라냈다.
최오균
그렇게… 올해의 김장배추는 북으로 날아가는 포성소리를 들르며 심은 아주 특별한 배추다. 그리고 여린 모종들은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고, 배추벌레들을 비롯하여 각종 벌레들의 끈질긴 공격을 견뎌냈다. 지독한 가뭄도 극복을 했다.
절반은 벌레가 먹고 절반만 건진 배추라 할지라도 이렇게 우여곡절을 거치며 자란 배추를 수확하는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비록 배추 포기는 작지만 농약을 일체 치지 않은 싱싱한 무공해 배추가 아닌가!
절반은 벌레들이 먹고 남은 무공해 배추 수확
마침 친구 부부가 서울에서 와서 김장을 하는 것을 거들어 주었다. 그와 나는 4년 동안 함께 키운 배추로 김장을 함께하고 있다. 김장은 1년 동안 두고두고 먹을 가장 중요한 반찬이다. 김장은 주부들에게는 1년 중 가장 힘들고 버거운 작업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김장이란 아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웃이 함께 어울려 품앗이 하듯 함께해야 수월하고 재미도 있다.
친구와 나는 배추를 뽑아서 나르고, 친구의 아내는 그 배추를 다듬어 절반씩 자르는 작업을 했다. 그동안 아내는 부엌에서 김장에 쓸 양념을 준비했다. 소금과 새우젓은 지난 번 심장이식환자들 모임 때 곰소에서 사왔다. 고춧가루는 구례 혜경이 엄마한테서 구입했다. 나머지 래시피인 무, 마늘, 파, 당근 등은 내가 손수 농사를 지은 것으로 사용을 했다. 찹쌀을 물에 담근 후 진상면 서울 방앗간에서 빻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