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성 씨가 '누룩꽃이 핀다'를 찾은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옆에서 부인 이미경 씨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이돈삼
주인 조씨는 당초 닭을 키웠다. 순천에서 나고 자라 대학 진학을 서울로 했다. 대학 졸업 직후에 고향으로 귀농했지만, 1년 만에 털고 나왔다. 한동안 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귀농할 지역을 물색했다.
화순군 이서면 안심마을에 둥지를 튼 건 2003년이었다. 지인을 따라 들어와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했다. 큰아들의 이름을 따서 '우석이네 농장'이란 이름도 붙였다. 유정란은 가까운 광주와 화순읍을 대상으로 직접 팔았다. 닭 사육사를 조금씩 넓혀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사이 식구 둘이 늘어 2남 1녀를 뒀다.
시쳇말로 잘 나가던 귀농인 조씨에게 큰 시련이 닥친 건 3년 전이었다. 한반도 전역을 휩쓴 태풍 볼라벤이 닭 사육사를 삼켜버렸다. 기르던 닭도 거의 폐사했다. 다시 일어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질적인 천식이 도지면서 건강도 갈수록 나빠졌다. 허리 수술도 받았다.
결국 일어서지 못하고 화순에서 광주를 오가며 직장생활을 했다. 2013년이었다. 남는 게 없었다. 교통비와 점심값을 빼고 나면 월수입이 100만 원도 못됐다. 먹고 살기 힘들었다. 논밭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