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발리드 돔(생 제롬) 성당나폴레옹의 묘가 안치되어 있는 성당
김민수
역사적인 평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세계사 시간에 정복자들의 이름만 달달 외웠을 뿐, 피정복지의 아픔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국사 역시도 마찬가지다. 지배자들의 역사를 배웠을 뿐이지, 민중의 역사를 배우지 못했다.
겨우겨우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지배자의 역사가 아닌 민중의 역사, 객관성을 담보한 역사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한 가지 역사를 강요당하고 있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한국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프랑스 친구는 아주 냉담하게 대답했다.
"테러보다 더 무서운 짓을 하는군. 국민들이 가만히 있어?"그래서 시위를 했고, 차벽이 막아섰고, 물대포를 쏘고, 어쩌구저쩌구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창피한 노릇이었다. 물대포를 맞은 농민이 사경을 헤매는 데 시위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각 나라의 사례를 들면서 시위대를 '폭도'라고 윽박지른다. 나는 물었다.
"너희들은 IS의 테러에는 그렇게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왜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그렇게 흥분을 하지?""파리 테러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가 아니라 IS가 한 것이니까. 그러나 너희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테러를 한 것이니까."할 말이 없었다. 그들은 국가를 상대로 시위를 할 때는 한국 시위대보다 더 험하게 싸운다고 했다. 물론, 한 개인의 생각일 수도 있고, 그 친구의 입장일 수도 있겠으나 대체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업을 하면, 시민들이 당장 불편해도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줄 아는 시민들을 가진 프랑스가 아닌가?
우리는 어떠한가? 일베 같은 이들은 증오에 가까운 언행과 근거없는 주장들을 해대고, 여당 정치인들은 그것을 그대로 말로 옮기고, 종편은 또 그 말을 받아 확산시키고, 아무런 불편함을 겪지 않은 이들에게 조차도 증오심을 가득 차게 한다. 참으로 무서운 나라 아닌가?
이런 경향들이 테러가 발생한 파리보다 서울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다. 인간이 인갑답게 사는 길은 테러와 맞서 싸우듯 독재와도 맞서 싸우는 것이리라.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상실한 독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국가가 국민을 테러 분자들을 대하듯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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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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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테러" 물대포에 흥분하는 파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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