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 아침 서울동물원에서 트럭에 태운 사슴들.
Action for Animals
동물보호단체 '케어' 활동가들은 사슴을 다시 재매입해줄 것을 서울동물원에 요구했다. 그러나 3번이나 매입자가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천만 원에 팔린 동물의 가격은 2500만 원으로 뛰어 있었다. 서울동물원은 '재매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출구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말렸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 이번 한 번은 용서하되, 다음부터 그러지 않도록 만들자.""매입에 들어간 돈도 마련하기 어렵지만 이후 어디에 보호할 것인가.""사슴 구하자고 시민들이 돈을 내겠는가.""관에서 판 동물을 다시 사 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아마도 이런 시도가 실패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동물원 동물의 복지향상을 위해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나는 동물이 사람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함부로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는 이념에 따라 단체에서 운동하는 활동가다. 동물전시기관을 자처하는 곳에서 전시 용도가 끝난 동물을 매각한 후 그 동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관심하다면, 과연 해당 기관이 동물을 사랑한다는 입장을 표방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것이 왜 잘못인가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케어의 미국법인 대표 가르시아(AJ Garcia)가 지난 10월 9일부터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이라는 극단적 행동 외에는 방법이 없는가'라는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단식 5일을 넘기자 그제야 서울동물원 측과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틀 간의 협상을 통해 10월 17일 케어와 서울동물원이 합의문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그 내용은 '서울동물원이 향후 사슴과 염소를 재매입한다. 그후 다른 동물원과 목장 등으로 동물을 이송하게 되면 수컷에 한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평생 자연사 할 때까지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서울동물원은 이후에 동물을 매각하게 될 때 상업적 용도로 동물을 이용하는 곳에는 매각할 수 없게 된다. 두 달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10월 18일 이후 서울동물원과 우리는 사슴과 염소를 이송할 곳을 찾고 정착을 돕는 일에 착수했다. 전국의 여러 동물원과 목장 등을 섭외한 끝에 대전오월드 동물원과 경북에 있는 한 목장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11월 16일, 드디어 사슴과 염소가 농장을 떠나는 트럭에 올라탔다.
11월 16일, 드디어 도축농장을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