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눈멀고 귀먹을 수 있어

[서평] <장자, 나를 깨우다>

등록 2015.11.28 19:11수정 2015.11.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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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때 사용할 돼지를 기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사 때가 다가오자 먹을 것도 더 잘 주고, 우리 청소도 더 잘 해줬습니다. 돼지는 주인이 주는 것을 아주 잘 먹었습니다. 주인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주는 족족 잘 받아먹는 돼지를 참 미련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주인은 더러운 우리에서 겨나 술지게미를 얻어먹으며 오래 사느니, 비록 일찍 죽을지라도 잘 먹고 잘 사는 게 돼지 또한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건 인간만의 생각이었습니다.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무책임하고 편의적인 생각입니다. 


제사 때가 다가와 돼지를 잡으려 하자 돼지는 요리조리 도망 다녔습니다. 죽어야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죽음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돼지가 저 죽을 줄 번히 알면서 우선 잘 살기 위해 잘 먹은 것이라면 돼지는 참으로 우매한 동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제사를 주관하는 관리가 예복을 입고 돼지우리로 가 돼지에게 말했다. "너는 어찌 죽음을 싫어하느냐? 나는 석 달 동안 너를 잘 먹이고 열흘 동안 근신하고 사흘 동안 목욕재계한 후, 흰 띠 자리를 깔고 너의 어깨며 꽁무니를 제사상 위에 올리려고 하는데, 어떠하냐?"' -<장자, 나를 깨우다> 167쪽 -

하지만 돼지는 그걸 모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모르고 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자 본능적으로 피하는 상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돼지는 저 죽을지 모르고 잘 받아먹었겠지만 인간들은 다릅니다. 저 죽을지 번히 알면서도 우선 잘 먹기 위해 바둥거립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건 우선 잘 먹고 당장 잘 살기 위해 별별 수단까지 다 씁니다.

아주 잠깐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불행과 죽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질없이 행동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권력을 잡기위해 불나방처럼 뛰고 있는 정치모리배들이야 말로 돼지만도 못한 인간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양심과 영혼까지 팔며 권력에 아부하는 꼬붕을 자처하고 있는 몇몇 지도자들의 행태야 말로 돼지만도 못한 불쌍한 모습입니다.  

세상 보는 눈 밝혀 줄 <장자, 나를 깨우다>


 <장자, 나를 깨우다> (지은이 이석명 / 펴낸곳 도서출판 북스폰 / 2015년 11월 20일 / 값 15,000원>
<장자, 나를 깨우다> (지은이 이석명 / 펴낸곳 도서출판 북스폰 / 2015년 11월 20일 / 값 15,000원>북스폰
<장자, 나를 깨우다>(이석명 지음, 도서출판 북스폰 펴냄)는 요즘 같은 세상, 점점 복잡하게 얽혀가는 삶에 지친 현대인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갈 바를 밝혀 주는 등불 같은 내용입니다.

노자가 관심을 갖거나 주장한 내용이 정치 철학이라면 장자가 관심을 갖고 주장한 내용은 수양론입니다. 불교에서는 나를 찾으라고 합니다. 장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상아(喪我)와 망아(忘我), 나조차도 잊으라고 합니다.


장자는 일괄되게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주장도 자유롭습니다. 주장만 걸림이 없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장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 슬피 울기는커녕 두 다리 쩍 벌리고 앉아 술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언뜻 보기엔 참 무분별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장자는 차원을 넘어서는 자유인입니다. 있고 없음을 구분하지 않는 불이의 삶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순리적인 삶입니다.

장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솝우화만큼이나 뻥이 심하기도 하지만 그 뻥 속에는 뼈처럼 단단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격언처럼 진중한 내용들도 있습니다. 장자를 통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떠한 경우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순리며 긍정을 전제로 한 포용입니다.

'그렇지, 눈먼 사람에게는 화려한 무늬를 보여줄 수 없고, 귀먹은 자에게는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들려줄 수 없지. 어찌 육신만 눈멀고 귀먹겠는가? 인식도 눈멀고 귀먹을 수 있지. 바로 자네를 두고 하는 말이네. 신인의 덕은 만물을 두루뭉술 하나로 여기는 경지에 있네. 사람들은 그가 세상을 편안히 다스려주기 바라지만 그가 어찌 세상사로 노심초사하고 싶겠는가!' -<장자, 나를 깨우다> 274쪽-

장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견오(肩吾)가 연숙(連叔)에게 고야산(姑射山)에 살고 있다는 어떤 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장자가 '제물'을 쓴 이유를 알게 되면

며칠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이럴 때는 따끈따끈한 국물 한 모금이나 추위를 막아줄 두툼한 옷이 최고입니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따끈따끈한 국물이나 두툼한 옷이 최고라면 푹푹 찌는 여름엔 시원한 그늘이나 물 한 모금이 최고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 삼복더위 같은 삶에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장자, 나를 깨우다>를 통해서 만나는 장자는 답답했던 가슴을 탁 터 줄 시원한 물 한 모금입니다. 불분명한 미래가 북풍한설처럼 춥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에겐 시린 삶을 덥혀줄 따끈따끈한 국물 한 모금 같은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굵고 짧게 사는 생'과 '가늘고 길게 사는 생'에 대해 한두 번쯤은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며 인생관을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는 어쩌면 나 자신이 아닌 어떤 돼지를 놓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장자가 '제물'을 쓴 이유를 알고, 지금 여기서 <장자, 나를 깨우다>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은 넓어지고, 세상을 대하는 생각은 넓어지고, 우리가 누릴 세상이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고 풍부해 질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장자, 나를 깨우다> (지은이 이석명 / 펴낸곳 도서출판 북스폰 / 2015년 11월 20일 / 값 15,000원>

장자, 나를 깨우다 - 부자유한 세상에서 장자를 읽는다는 것

이석명 지음,
북스톤, 2015


#장자, 나를 깨우다 #이석명 #북스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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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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