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해반문화사랑회’ 운영위원장
김영숙
"1991년 해반갤러리로 시작했어요. 당시 부평구가 인천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였는데, 이흥우 명예 이사장과 최정숙 이사장이 부평에 갤러리를 만들어 좋은 기획전을 많이 열었습니다. 그런데 보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실패했어요. 인천이라는 곳의 한계를 느꼈고, 아무리 좋은 문화도 즐기는 사람이 없으면 헛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 인천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지인들과 가족들이 모여 문화답사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발걸음이 1994년 '해반문화사랑회'라는 시민문화단체로, 1999년에는 사단법인 설립으로 발전했다. 사단법인 설립 이후 이흥우 초대 이사장을 시작으로 현재는 최정숙 5대 이사장이 '해반'을 이어나가고 있다. 초대 이사장은 현재 명예 이사장이라는 타이틀로 여전히 해반이 활동하는 곳이면 어디든 발걸음을 한다.
해반문화사랑회는 우리가 사는 인천의 문화를 사랑하자는 취지의 '지역사랑', 지역사랑의 기제로 활용한 '문화사랑', 그 모든 사랑의 중심에는 '인간사랑'이 있다는 마음을 담아 '지역사랑·문화사랑·인간사랑'을 모토로 삼았다.
"지인의 소개로 해반문화포럼에 참석했다가 회원이 됐어요. 그때는 30대였는데 벌써 50대가 됐네요. 내부 갈등으로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 제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한마디로 의리라고 생각합니다."이 운영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줄곧 '의리'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명예 이사장과 최 이사장에 대한 의리였다. 이흥우 명예 이사장이 초대 이사장이었을 때 홀로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마음으로 '해반'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주관으로 인천 관광코스 21개를 엮은 '인천을 탐하라'는 책을 낸 이 운영위원장은 2012년 문화재청의 후원을 받아 인천근대문화재 둘레길 개발단장으로 활동했다.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명예 이사장님과 현 이사장님이 하시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려고 한 게 운영위원장까지 맡게 됐어요. 처음엔 고사했는데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활동하시는 두 분의 삶을 지켜봐왔기에 의리로 남아있는 겁니다."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 운영위원장은 매주 월요일 수업을 빼고 '해반' 사무실에서 상근한다. 이 운영위원장이 말한 의리는 '해반'이 내건 지역·문화·인간사랑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인천에 문화유산이라는 씨앗 뿌려"법인 이름은 해반문화사랑회라는 일곱 글자지만 이제는 '해반문화'라는 약칭을 쓰려합니다. 사랑의 열매를 맺었으니까요. 인천지역에 문화유산이라는 뿌리를 내렸고, 그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근대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생겼고, 다양한 시민문화단체가 만들어지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법인 설립 후 '해반'은 해반문화포럼으로 인천 문화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색해왔다. 지난달 28일에는 '강화 국방유적을 세계유산으로'라는 주제로 60회 포럼을 열기도 했다. 각계 전문가가 함께하는 '해반'은 이 포럼으로 인천시에 정책을 제안하고 조언도 했으며, 많은 부분 반영되기도 했다. 인천시의 근대건축물 보존계획 수립과 월미관광특구 지정, 동구 수도국산박물관과 중구 아트플랫폼 건립 등이 그 예다.
그런데 '해반'이 무엇보다 관심과 열정을 기울인 것은 '문화재와 문화유산'이다.
"인천을 설명할 때 개항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항장이 중구이고, 중구에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이 많잖아요. 그것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답사하면서 인천을 돌아다녀보니 산업시설과 항만, 섬 등도 답사하게 됐고요. 일단 '해반'은 근대문화유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이 부분을 제대로 알고 나서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자'고 생각했는데, 일부에서는 '중구만 인천이냐'는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인천지역에 다양한 문화예술단체가 생겼으니 다른 조직에서 다른 분야를 시도하면서 확장해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능력만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할 생각입니다."'문화조급증' 버리고 옛 것 잘 활용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