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위태로운 때" 부산울산경남 젊은시인들 뭉쳐

부산울산경남 젊은시인모임 결성... 최영철, 김언희, 이달균 시인 등 참여

등록 2015.12.05 21:50수정 2015.12.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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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지역 젊은 시인들이 모였다. 최영철, 김언희, 이달균, 이상옥, 김륭, 유홍준, 조민, 박우담, 정다인, 박영기, 김지율, 정익진, 손순미, 김종미, 유지소, 김남호 시인 등 50여명이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 강당에서 '부산울산경남 젊은시인모임'을 가졌다. 30여년 전 최영철, 정일근 시인 등이 '부산경남 젊은시인회의'를 열어 한동안 활동하다 중단된 뒤 다시 모인 것이다.


 부산, 경남, 울산 젊은시인들이 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 강당에서 모임을 갖고 앞으로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부산, 경남, 울산 젊은시인들이 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 강당에서 모임을 갖고 앞으로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윤성효

젊은시인모임은 회원자격이나 활동 등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을 정하지는 않았다. 공동대표로 지명된 임윤(울산권)·유지소(부산권)·김승강(창원권)·유홍준(진주권) 시인이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젊은시인들은 현재 문단, 특히 지역 상황을 걱정했다. 이날 사회를 본 김남호(하동) 시인은 "지역 문학 이야기를 하면서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 내야 한다"고 했다.

이달균 시인은 "문인협회 중심보다 실질적인 문학을 쫓아 함께 가고 싶다. 80년대를 기점으로 새로운 문학운동이 만들어지고, 여러 동인 활동이 시작됐지만 90년대 이후 이합집산 했다"며 "요즘같이 힘든 사회에 문학이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최영철 시인 "유신과 같은 억압이 있어도 문학은 해야"

최영철(부산) 시인은 '젊은시인운동'을 강조했다. 그는 "1986년 봄, 진해에서 부산경남젊은시인회의가 발족했다"며 "정일근 시인이 1985년 신춘문예에 당선한 뒤 만나 함께 했다. 이후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행사를 하고 문학 길터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90년대초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신과 같은 억압이 있어도 문학은 해야 한다"며 "우리 지역부터, 가까이 있는 시인부터 챙겨야 한다. 가까운 지역에 시인이 살고 있었다는 걸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같이 지역문학을 해나가야 하고, 서로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시인은 "문학이 당면한 현실이 굉장히 위태롭다. 이대로 가면 문학이 없어질지 모른다. 문학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시잡지는 폐간되고, 정기간행물을 내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서점에서 시잡지나 정기간행물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네서점은 깡그리 없어지고 있다. 시인은 이런 환경을 제일 먼저 파악하고 돌파해야 한다"며 "얄팍한 기교나 구사하는 것에 반성하고 이제는 모여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 울산 젊은시인들이 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 강당에서 모임을 갖고 앞으로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사진은 임윤(울산권), 유지소(부산권), 김승강(창원권), 유홍준(진주권) 시인이 공동대표로 지명되어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 경남, 울산 젊은시인들이 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 강당에서 모임을 갖고 앞으로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사진은 임윤(울산권), 유지소(부산권), 김승강(창원권), 유홍준(진주권) 시인이 공동대표로 지명되어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윤성효

과거를 회상했다. 최영철 시인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인들이 모이면 조용히 헤어진 적이 없다. 술을 먹고 사고를 치더라도 말이다"며 "80년대 문학하는 친구 다섯이 서울 광화문에 모였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사회를 걱정하면서 그냥 갈 수는 없기에, 광화문 한복판에서 오줌이라도 한번 싸고 가야 하지 않느냐고 해서 다섯이 서섯 오줌을 누었던 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때는 그만큼 절박했다. 위기 상황에는 비명이라도 질러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비명조차 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시인은 "젊은시인모임이 친목 모임이라도 의미가 있다. 서로 얼굴을 트고 나면 다음에 다른 지역에서도 또 모일 수 있다"며 "30년 전 부산경남젊은시인회의가 했던 활동을 다시 이어 가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전국에 시인이 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다 시인인가. 시인으로 자존심을 손톱만큼도 가지지 않는 시인도 많다"며 "시를 쓴다는 걸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영철 시인은 "지역문학이 중앙 문단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중앙 문예지는 청탁하지도 않았는데 원고를 보낼 게 아니라 우리끼리라도 지역에서 연대하면서 안일함과 나태함을 깨부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 울산 젊은시인들이 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 강당에서 모임을 갖고 앞으로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부산, 경남, 울산 젊은시인들이 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 강당에서 모임을 갖고 앞으로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윤성효

#젊은시인 #김언희 시인 #최영철 시인 #이달균 시인 #김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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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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