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몽골까지의 히치하이킹 경로Netherlands: Delft, Venlo Germany: Koblenz, Mannheim, Nuremberg Czech republic: Prague, Brno Slovakia: Bratislava, Kosice Hungary: Nyirgyhaza Romania: Satu Mare, Sighetu Marmatiei Ukraine: Rakhiv, Lviv, Kiev, Kharkiv Russia: Voronezh, Samara, Ufa, Chelyabinsk, Kurgan, Ishim, Omsk, Novosibirsk, Irkutsk, Ulan Ude Mongolia: Ulanbataar
이안수
발트(Bart-Jeroen Schuur)씨는 오랜 거친 여행으로 살갗이 거칠어져 있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업무를 마감해야 할 데드라인이 없는 자의 여유가 가득했습니다. 어떤 사람의 어떤 태도도 격분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아량이 넘쳤습니다. 그는 로테르담에 인접한 델프트(Delft)에서 출발해 히치하이크로만 1만km가 넘는 거리를 동진해서 몽골 국경에 닿았습니다. 말을 타고 몽골의 초원을 누볐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날아와 제 앞에 있습니다. 대서양에서 출발해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인 우랄산맥을 넘어 동해안의 태평양에 다다른 자의 모든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362년 전 막 표착한 헨드릭 하멜과 대면한 제주도의 한 어민처럼 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습니다.
"히치하이크는 어떤 나라에서는 불법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두렵지 않았나요?"제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진실로, 두렵지 않았습니다. 전 여러 나라를 거치는 동안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의식해본 적이 없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보세요. 직접 대면하는 사람들은 뉴스에서 보여주는 사건속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라요."'맹자'에 이렇게 말합니다.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어려워한다.(觀於海者 難爲水(관어해자 난위수))"그는 이미 바다를 본 사람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했습니다. 동거하던 파트너와 헤어져 그녀가 집을 나가기 전까지 엘리트 은행원이었습니다. 부족하지 않은 급여에 그녀와 함께 살 집이 있었습니다. 10년 전, 그가 32살 때였습니다.
그의 반쪽이라고 여겼던 그녀와 헤어지자 그에게 잠재되어있던 욕망이 머리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자유와 소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10대 때 다른 도시를 갈 때마다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곤 했습니다. 10대 후반 히치하이킹으로 홀로 이웃 나라들을 여행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얘기는 따뜻했고 진솔했습니다.
그는 그녀가 떠난 그때야말로 자신이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사표를 내고 집을 팔았습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삶을 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10여 년 동안 여행자로 살았습니다.
주로 유럽의 각국을 히치하이크로 여행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네덜란드로 돌아가 일을 했습니다. 일은 단기간에 돈을 만들기 쉽고 언제든지 다시 떠날 수 있는 페인트 일이나 공사장의 막일 같은 일용직을 택했습니다.
6개월 전, 오래 전 생각해두었던 한 가지 욕망이 일었습니다. 그것은 몽골에서 원 없이 말을 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몽골 초원을 향해 델프트를 출발했습니다. 물론 히치하이크의 육로를 택했습니다.
몽골에서 40일간 말을 달리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의 한국행은 순전히 비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행운을 만났습니다. 서울에서는 카우치서핑으로 숙박을 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의 히치하이킹은 세계의 어디에서보다 쉽고 친절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동승차를 만나는 데는 평균 1시간 정도라면 한국에서는 불과 10여 분이면 가능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최장 5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면 한국에서는 길어도 1시간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가 새로운 도시에 당도했을 때, 낮에는 도시를 탐험하고 밤에는 도시 밖으로 나가 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산중턱 별빛 아래에서 슬리핑백을 펼쳤습니다. 별빛을 마주보다가 잠이 들고 동이 트면 잠에서 깨었습니다. 때로는 발아래 운무가 펼쳐졌습니다. 그 구름아래에 사람의 도시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