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무도드림’ 1편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11월 21일, MBC <무한도전>은 '자선 경매쇼 무도 드림'(아래 <무도드림>)편을 방송했다. <무도드림>은 영화, 예능,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들이 참여해 무한도전 멤버 5인의 하루를 두고 경매를 펼치는 구성이었다. 이후 방송분에서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들의 몸값을 치르는' 과정이 공개됐다.
인간에게 값을 매기는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너는 얼마 짜리니?", "나는 얼마짜리다"라고 말하지 않을 뿐, 실제 많은 사람들이 사람에게 가격표를 붙인다. "나는 얼마를 줘도 못 팔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연봉을 기준으로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평가한다.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을 하는 경우에도, 연봉 협상에서 늘 '나는 이러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정도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피력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무도드림>을 보면서도 우리네 삶을 그대로 예능으로 녹여낸 것이라 여기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무도드림>이 못내 불편했다. 그래서 그 불편함에 대해 짚어보려고 한다.
사람 때리는 권리까지 사고파는 '웃픈' 예능 무한도전 제작진은 경매의 대상을 '멤버들의 24시간'이라고 했다. 멤버들의 '시간'을 산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을 사는 것과 사람의 시간을 사는 것이 뭐가 다를까. 결국 24시간 동안 그 사람을 산다는 것이 아닐까.
<무도드림>의 경매 결과, 무한도전 멤버들은 유재석, 박명수, 하하, 정준하, 광희 순으로 비싸게 팔렸다. 유재석은 2000만 원, 박명수는 1300만 원, 하하는 700백만 원, 정준하는 500만 원, 마지막으로 광희는 230만 원에 낙찰됐다. 전문 경매사가 경매대를 내리치며 낙찰가를 세 번 부르는 순간, 그들은 하루 2000만 원 '짜리' 인간이 되거나, 230만 원 '짜리' 인간이 됐다.
경매대를 내리치는 소리는 날카로웠다. 하하의 경매가가 100만 원, 200만 원을 훌쩍 넘어 700만 원까지 올라가자 광희는 "한편으론 부럽다"고 말했다. 본인은 고작 230만 원에 팔렸으니 700만 원에 팔리는 하하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700만 원이든 230만 원이든 '타인'이 매긴 값에 지나지 않는데, 그것으로 자기 자신을 다시 평가한 셈이다.
게다가 본경매가 시작되기 전 무한도전 멤버들과 경매 참가자들은 약식 경매를 진행했다. 경매에 올라온 '상품'은 '박명수의 이마 때리기'였다. 가장 높은 가격을 불러 상품을 낙찰해가는 참가자가 박명수의 이마를 때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박명수의 이마를 때릴 '권리'를 사는 셈이다. 낙찰가는 12만 원이었다. 영화 <아수라> 팀에 낙찰됐고, <아수라> 팀은 박명수의 이마를 시원하게 때림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무도드림>은 이러한 인간의 '물화' 현상을 캐치하는 데 적격이었다.
<무도드림> 2편은 멤버들이 몸값을 치르는 과정을 그렸다. 유재석은 드라마 현장에서 연기를 했고 광희는 리포터 역할을 했다. 방영 후 압도적인 반응은 '누구를 사간 사람이 더 이득을 봤느냐'였다. 각기 얼마에 사람을 샀고, 얼마나 이득을 봤는가가 세간의 관심사였다. 눈에 띄는 댓글은 "광희를 사간 PD가 가장 이득이다, 제일 싸게 사서 제일 높이 시청률을 끌여 올렸다"였다. '최소 투입, 최대 산출'의 경제학적 원리를 인간에게 그대로 투영했다.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데 익숙해진 현실당신은 얼마짜리 인간인가? 만약에 당신 스스로를 누군가에게 팔아야 한다면, 얼마에 당신을 팔겠는가? 100만 원? 1억 원? 1000억 원? 적절한 가격을 이미 매긴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무리 돈을 줘도 나는 못 팔지'라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사실 '당신은 얼마짜리 인간이냐'하는 질문은 우문이다. 사람에게 어떻게 값을 매길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비교환재를 교환재로 만들면서 시작된다. 비교환재란 애초에 화폐로 교환이 가능하지 않은 것들로 토지, 노동, 인간과 같은 것인데, 이렇게 교환이 불가능한 것들에 값을 매겨 교환하기 시작하면서 자본주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극도로 심화된 지금과 같은 시대에선 우리는 애초에 인간은 값이 매겨질 수 없다는 상식도 잊은 채, 타인이 매기는 값을 스스로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온전한 인간적 가치는 돈으로 치환되고 자아실현은 타인에게 내맡긴 지 오래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이 매기는 값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무도드림>은 그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선경매였다. 멤버들의 몸값은 전부 좋은 일에 쓰였다. 그런 의미에서 <무도드림>의 기획 의도 자체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고 팔 수 없는 것'을 사고 팔며 그것을 희화화하는 과정. 인간에게 값을 매기는 그 쓰디쓴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 것이 씁쓸했다.
특히 무한도전 멤버 5인의 24시간을 경매에 내놓은 것도 모자라 '박명수의 이마 때리기' 경매는 이제는 돈이면 무엇이든 다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박명수의 이마를 때리기 위해 영화 제작사가 12만 원을 지불하는 장면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철원씨가 노동자를 폭행하고 매 값으로 2000만 원을 지불한 사건이 떠올랐다.
수익을 좋은 일에 쓴다고 해서 '사고 팔 수 없는 것'을 사고 파는 행위가 용인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최철원씨가 노동자를 때린 값으로 지불한 2000만 원이 사회적 약자에게 기부된다고 생각해보자. 그 얼마나 코믹한 일인가. 분명한 것은 누군가를 때릴 수 있는 권리는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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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한대에 12만 원, '무도드림'은 웃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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