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에 쳐박힌 슬픈 기타두번의 도전을 실패하고 원장실 구석에 내팽개쳐진 기타를 새해에는 다시 끌어안아 보련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 노래를 위하여.
이정혁
두 번째 선물은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주는 것. 시간을 핑계로 미뤄두던 것이 역시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글쓰기인데, 새해에는 <오마이뉴스> 명예의 숲(톱 기사 100개 작성)에 도전할 것이다. 작가가 꿈인 내게 <오마이뉴스> 기사 쓰기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도록 도와주는 가장 큰 서포터인 셈이다.
다른 하나는 기타 배우기. 나의 버킷리스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광석이형(고 김광석) 노래를 세 곡만 기타를 치며 불러보는 것이다. 벌써 도전에 두 번 실패했으나, 이번에는 남다른 각오로 재도전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하모니카와 더불어 멋지게 연주하며 노래하는 나를 바란다.
결심했다, '착한 사람 강박증'을 버리겠다세 번째 선물은 진정한 가장으로 살아가기다. 바뀌는 새해에 드디어 학부형이 된다. 취학 통지서를 받아들고 얼마나 기뻤는지, 예비소집일에 직접 참석하려고 휴가를 신청했다. 초등학생이 되는 큰아이를 위한 나의 새해 목표는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아침밥을 먹는 것이다. 여유 있는 저녁 식사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저녁이 없는 삶이므로 아침이라도 온 가족이 얼굴을 보며 밥 먹기를 바란다.
덧붙여 온 주말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있다. 아이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내의 토요일 근무도 줄였다. 아내는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몰랐겠지만, 사내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로서 캠핑 장비는 필수다. 너희들과 야외로 나가기 위해 아빠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단다. 조금만 기다려다오. 아이들과 밤하늘의 별자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나를 바란다.
네 번째 선물은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선물이다. 어쩌면 너무도 쉬운 일이고, 지극히 사적인 일이지만, 내게는 필요한 선물이다. 억눌린 영혼에 단비를 내려주는 일. 그것은 바로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기'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 남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의무감,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기분을 항상 살피는 눈치병, 이 모든 것들을 내려놓기로 한다. 가슴에 켜켜이 쌓인 못다 한 말은 화병과 암이 돼 돌아올지어다.
또한 최근에 읽은 <미움 받을 용기>에 나오듯, 나의 과제에만 충실해 보기로 한다. 내 일이 아닌 일로 인해 지치고 상처받은 불쌍한 영혼을 위해 어깨 위의 짐을 덜어주자. 재주인 양 부리던 오지랖도 이쯤에서 반쯤 접어 서랍 속에 넣어두자. 그리고 삶의 주인인 나만 생각해보자. 그 연장선상에서 너 그리고 우리가 나올 테니까. 이제 진정 나를 위한 나를 바란다.
이런 선물들을 새해의 나에게 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 선물들을 가득 들고 기뻐하며 하나씩 깨닫고 행동하는 나를 바란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은 주지 말자. 지금껏 이만큼 살아온 내가 대견스럽지 않은가? 그동안 세상을 살아내느라 심장에 구멍이 뚫린 나를 꼬옥 한번 안아주자. 그리고 세월의 향기를 짐작하기 시작한 나이의 나를 이제는 좀 편히 놓아두자.
삶의 절반을 살아낸 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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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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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모으는 아빠, 이게 다 너희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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