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쳐
SBS
검찰은 백희정이 부산으로 떠난 이유가 알리바이 조작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같은 해에 일어났던 보령 청산가리 독극물 사건 예를 들었다. 2009년 4월에 일어난 보령 청산가리 사건은 죽은 정씨 할머니 남편이 범인이었다.
남편은 부인이 쓰려졌다며 112에 신고했는데, 신고 시점이 4월 29일 밤 11시 39분이었다. 남편은 외출했다가 밤늦게 돌아와 보니 부인이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형사는 남편에게 그 사이에 어디에 가서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남편은 알 낳는 닭을 구경했고 개와 장난치다가 왔다고 진술했다. 형사는 4월 29일 밤은 쌀쌀했다고 기억했다. 그런 날씨에 73세 노인이 3시간 반 동안, 개와 놀았다는 게 경찰관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검찰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에서 보여준 백희정씨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7월 4일 부산으로 간 이유가 데이트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이 그렇게 본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부산 남자는 백희정을 숙소로 데려갔다. 그는 "숙소에서 옷을 벗겼더니 팬티가 남루하고 생리를 하고 있어 (성관계를) 그만뒀다"고 했다.
검찰은 26세 젊은 여성이 남루한 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게 증거라고 했다. 젊은 여성이면 남자를 만날 때 속옷도 신경써서 입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속옷에 신경쓰지 않았던 걸 보면, 부산 방문은 데이트가 아니라 알리바이 조작'이라고 본 셈이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 변호인은 백희정이 치밀한 편이라는 검찰 주장에 반박했다. 백희정은 사건 발생 전까지 마을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다. 변호인은 백희정이 읽은 책이 있었다면 검찰이 증거로 제출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다못해 백희정이 작성한 도서관 대출목록이라도 제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희정은 마을 도서관 컴퓨터로 '노는' 것을 좋아했다.
수사 과정에서 백희정이 한 인터넷 채팅 내용이 밝혀졌을 때 가족과 주변 사람이 받은 충격도 상당했다. 백희정씨가 채팅으로 남자를 만났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밥집 사장 김미순씨도 당시 충격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건 전 백희정이 '오빠 만나러 다녀왔다'고 말할 때마다 김미순씨는 '만났다는 오빠'를 '모두 같은 사람'으로 여겼다고 했다. 김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백희정이 남자를 만나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백희정이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희정은 세수하거나 머리 감는 것을 귀찮아 했다. 김밥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여름철에 백희정의 냄새에 못 견뎌서 가게 뒤편 수돗가에 샴푸를 갖다 놓기도 하고, 속옷을 사서 백희정에게 갈아입으라고 성화를 냈던 적도 있었다.
김미순씨는 백희정을 자기가 목욕시킨 것이 여러 번이라며 백희정을 만나는 남자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채팅하는 남자들 또한 여성을 만나보기 전까지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7월 4일 백희정은 검찰 주장처럼 오후 8시경 집 옥상에서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탔던 것일까? 그런데 이 사건 1심 10회 공판에서 백희정은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뒤집을 수 있는 증언을 한다.
부산으로 '채팅남' 만나러 갔다는 용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