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조은미, 신랑 강창일씨의 결혼식 장면. 웃는 모습이 닮았다.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무엇이 그를 이토록 초긍정에 단단한 열정 덩어리로 만들었을까?
"어릴 때 어른들이 지나가시며 하시던 말이 생각나요. '키가 안 커서 어쩌냐' '나중에 뭐먹고 사냐' 그런 얘기를 들으며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생각이라도 밝게 해야지, 성격까지 어두우면 더 힘들겠다.'"그리고, 한 없는 사랑으로 은미씨를 품어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다.
"저희 아버지는 언어장애가 있으셨는데, 술을 좋아하셔서 일찍 돌아가셨어요. 하지만 저를 너무 예뻐하셨죠. 아마 살아계셨다면 저 공무원 됐다고 춤을 추셨을 거예요. 엄마는 저처럼 왜소증이신데, 건강이 좋지 않으시고 한때는 우울증으로 힘드셨지만, 언제나 저를 믿어주는 응원군이예요."은미씨에게는, 다리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간병할 사람이 없어 망설이고 있을 때 회사까지 그만두고 내려와 3개월이나 곁을 지키며 손발이 돼준 친구 김영은씨도 있다.
"그 친구가 얼마나 사려가 깊으냐면요. 제가 수술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니까, '나 마침 회사 다니기 싫어졌는데, 내가 갈게'라더군요. 제가 부담을 느낄까봐 그렇게 말한 거죠."은미씨는 2015년을 생애 최고의 해로 꼽는다.
"양띠 해에 양띠사람 만나 결혼하고, 아기도 생기고, 공무원시험도 합격하고, 엄마 C형 간염 치료도 호전됐거든요." 그는 장애인볼링동호회에서 만난 강창일(예산군곰두리봉사회 회장)씨와 4년 연애 끝에 지난해 결혼을 했다. 그리고 오는 5월이면 아기엄마가 된다.
"사실 유전 때문에 2세는 고민이었는데, 생각지 않게 찾아온 생명이 너무 소중해 기쁘게 기다리고 있어요. 태교로 미싱을 배우는데, 얼마 전에는 배냇저고리도 만들었답니다." 아기의 태명은 '복 많이 받으라'는 의미의 '복만이'라고 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꾸는 꿈 아무리 그렇대도 살아오면서 슬럼프가 없었을까?
"힘들땐 그런 생각을 해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라고요."말로만 들어도 참 숨차게 살아온 은미씨는 취미도 많다. 또 했다 하면 너무 열심이다. 볼링, 탁구, 사진찍기, 여행, 미싱, 아무추어 무선(HAM), 영화보기….
"전 뭔가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가만히 있으면 심란하니까."그리고 아직도 이루고픈 꿈이 있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서 2급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게 된 그는 1급사회복지사에 도전할 생각이다. 정년을 하고 나면 장애인시설을 만들어서 "나이 먹고 외로울 때 서로 힘이 되어 같이 살고 싶다"라고 한다.
2012년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웹마스터 부문에서 충남 1등만으로 끝난 게 아쉽다는 은미씨는 전국대회에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좀 망설이던 그가 말한다.
"공직에 들어갔으니까 5급까지 승진하고 싶어요. 여자는 승진 꿈꾸면 안되나요?" 왜 안되겠는가. 은미씨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상투적인 질문을 더졌다. "은미씨처럼 역경에 처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도 갈길이 멀긴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력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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