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지휘자와 함께 웃음을 터뜨리는 합창단원들.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그래도 연습은 연습, "셋째단 다시 하겠습니다. 둘~셋!" "소박함에 살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둘~셋!" "소박함에 살고 싶습니다"
여러 번 반복한 끝에야 지휘자가 "소박하게 살기 어렵죠?"라며 만족해 한다.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다시 노래가 이어진다.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느라 힘들만도 할텐데, 쉬는 시간에도 여기저기 노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본인이 잘 안되는 부분을 스스로 되풀이해 보거나, 동료에게 물으며 함께 불러본다.
혹서기와 혹한기 방학을 제외하고는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3시 50분까지 연습이 진행되는데, 출석률은 늘 80% 이상이라고 한다.
최고령인 김소진(88) 어르신은 "여기 오면 요새말로 힐링돼. 분위기도 좋고, 그냥 노래부르는 게 아니라 가다듬고 배우고 하니까"라며 소녀같이 웃는다.
이강희(82) 어르신도 "노래 부르다 보면 지난 삶을 회상하면서 위로 받고, 정서적으로 안정 되고, 치매예방도 되고, 두루두루 좋아. 화요일이 기다려지지. 몸이 편찮지만 않으면 다들 오니까. 여기 나와서 합창한 덕분에 밝아진 사람도 많고"라고 말한다.
막내인 김혜순(65)씨는 "예산으로 이사온지 몇 년 안됐는데, 화음을 맞춰야 하는 합창을 하다보면 고향이 아닌 사람도 서로 쉽게 어우러지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즐거워한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연습. 이번엔 '추사 김정희 찬가'와 '윤봉길의사 추모가'가 이어진다. 지휘자는 "12월 19일이 윤봉길의사가 돌아가신 날"이라며 "예산에 살면서 알고 있어야 하는 노래들"이라고 강조한다. 돋보기를 쓰고 낯선 가사를 보면서 열심히 따라부르는 게 꼭 학생들의 음악수업 같다.
서른일곱 젊은 나이의 이윤수 지휘자는 70·80대 단원들로부터 '선생님' 혹은 '지휘자님'으로 불린다.
"처음에 왔는데 어르신들이 너무 깍듯하게 인사하셔서 당황했습니다."3대가 사는 대가족에서 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게 즐겁다는 그는 자신의 원칙을 이렇게 설명했다.
"높은 수준의 음악 욕심을 버리고 스트레스 해소와 어울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목적입니다. 음악적 완성도는 점차 좋아질 테니까요. 선곡할 때 우울하거나 슬픈 곡은 절대 택하지 않습니다. 삶을 돌아보거나 추억을 떠올릴만 곡, 신나는 노래를 찾습니다."창단 멤버로 현재 반장을 맡고 있는 이용화(66)씨의 말이다.
"2011년 창단 당시에는 30명 모집에 80명이나 오디션을 볼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그 뒤로 여러 번 지휘자가 바뀌면서 단원이 23명까지 줄었는데 지금은 다시 36명으로 늘었죠. 지금 지휘자님이 예산사람이어서 지역에 대한 애정도 많고, 안정적으로 이끌어준 덕분입니다. 성악을 전공하고 국내외에서 공연활동을 한 실력파인데, 지역에서 음악을 하면서 살겠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무엇보다 2015년에는 예산군내 공식 무대는 물론이고 전국단위 무대까지 서게 돼 단원들에게 큰 자부심이 됐습니다."이날 마무리 곡은 <즐거운 나의집>.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집 뿐이리~"선합창단은 2016년 새해에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의 목소리를 맞춰가며 화음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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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연령 79세 선 합창단, 노래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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