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제안... "형, 우리 함께 총학생회 해요"

좌충우돌 총학생회 간부일기①

등록 2016.01.05 13:42수정 2016.01.05 13:4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형 뭐해요? 만나서 술이나 한잔해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에게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하자는 전화가 왔다. 학교 시험 기간이 끝난 터라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이왕 보는김에 나와 후배는 평소 보자고만 하고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선배에게 연락해 같이 만나기로 했다.

한우곱창 당시에 선배님과 후배와 같이 먹었던 한우곱창. 이 맛에 제안이 더 달콤하게 느껴진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우곱창당시에 선배님과 후배와 같이 먹었던 한우곱창. 이 맛에 제안이 더 달콤하게 느껴진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주철진

"형, 나 형이랑 같이 하고 싶어요. 우리 함께 총학생회 해요."

선배님과 후배와 함께 한우곱창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당시, 열심히 활동하고 있던 동아리를 쉬면서 자격증 공부와 토익공부를 하고 있던 나는 고민을 토로했다.

"다시 활동도 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질 않아요"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해요" 등의 이야기를 선배에게 털어놓고 있을 때 후배가 내게 말했다.

"형, 나 형이랑 같이 하고 싶어요. 우리 함께 총학생회해요."


며칠 전이었다면 거절했을지도 모르는 제안. 술자리에서의 그 제안은 상당히 달콤했다. 무료하게 반복되는 공부에 지치고, 주변의 어려운 상황에 심란한 상태였다.

"지금 내 마음은 하고 싶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결국 나는 내 속마음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 주변 사람들이 내게 허락하지 않았음도 밝혔다. 고작 24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꾸고 싶은 그런 청춘의 나이였지만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언제부터 청춘에게 얹어져 있는 짐이 이렇게 무거웠는지. 당장의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내게 '꿈'이니 '활동' 같은 단어는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고민은 선배의 한마디에 부서졌다. "학생일때는 학생답게 지내면 되지. 학생답게 살자." 당연한 한마디에 고민이 해결됐다. '취업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지금은 내 자리에서 하고 싶은걸 하자'. 당시에 내가 했던 다짐이었다.

어색함 속에서 시작된 총학생회 간부생활

복학을 하고 동아리 활동만 했던 내게 학생회라는 곳은 어색한 곳이었다. 학생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조직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다만, 평소 동아리를 하면서 봤던 총학생회는 '학우'의 '학우'에 의한 '학우'를 위한 조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총학생회실에는 밤에도 불이 잘 꺼지지 않았다. 시험기간에는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학우들을 위해서 차를 렌터하거나 버스를 대여해 새벽까지 학우들을 집에 데려다 주는 사업을 하기도 했다.

많은 시간을 학우들을 위해서 쓰다 보니 간부들은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사실, 총학생회를 결심하게 되면서 걱정했던 부분은 내가 학우들에게 헌신적인 모습으로 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다른 간부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거야'라는 믿음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게 됐다.

첫번째활동 총학생회 간부로 첫번째 활동을 시작하였다. '국정교과서 느그 집에서 읽어라'라는 피켓을 들고 학교 곳곳에서 1인시위를 하였다.
첫번째활동총학생회 간부로 첫번째 활동을 시작하였다. '국정교과서 느그 집에서 읽어라'라는 피켓을 들고 학교 곳곳에서 1인시위를 하였다.주철진

총학생회 간부를 결심하고 한 첫 번째 활동

총학생회 간부를 결심하고 내가 맡게 된 직책은 교육국장이다. 교육국장이란, 총학생회 교육국의 일원으로 단과대에 교양자료를 제공하거나, 학생회의 교양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나는 세미나를 특별히 잘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노력을 통하여 능력적인 부분을 보충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총학생회 간부를 하게되면서 처음으로 한 활동은 바로 학교내에서 한 1인시위였다. 2차 민중총궐기가 끝난 상황이였고, 광주에서 3차 민중총궐기가 열리기로 한 상황이였다. 그래서 이를 학우들에게 알리고 함께 가기 위해서 총학생회에서 피켓운동을 하기로 하였다.

지나가던 한 시민분은 "추우니까 장갑 끼고 해요"라면서 장갑을 건내기도 하였고 다른 학우분은 "문구가 참 재밌어요, 힘내세요!"라며 응원을 건내기도 하였다. 추운 날씨였지만 응원해주는 학우분들과 읽고 지나가시는 학우분들이 계셔서 힘이 났었다.

앞으로 1년간 많은 학우분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총학생회 간부, 어려운 자리이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는 다짐을 했다.
#총학생회 #간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