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어깨동무 최혜경 사무총장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날 수업은 최 사무총장이 교실 앞에 앉은 학생을 불러 어깨동무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나은
하지만 항상 모범적인 답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 아이들의 사진이 담긴 PPT 화면이 지나가자, 한 아이가 크게 외쳤다. "북한 애들은 다 죽어야 해요!" 나는 채 10살이 되지 않은 아이의 말의 수위에 많이 놀랐는데, 최 사무총장은 침착하게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평화교육을 진행하다보면 학생들이 더 심한 수위의 말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최 사무총장은 말했다. 이 아이들의 말은 분명히 틀렸다. 하지만 그건 분명 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평화교육이 통일교육, 더 나아가 북한에 관한 '사상' 교육으로 연결되기 쉬운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평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그것을 가르치는 어른들에 따라 너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직도 주류의 평화통일 교육은 평화라는 개념에 대해 깊은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보다는 전쟁의 상흔과 참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다소 게으른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장에서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총을 만지고 탱크를 타보는 것으로, 북한 주민들이 고문을 받는 재연 영상을 보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어른들의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이들에게 전염된다. 하지만 진정한 평화는 이날의 평화교육에서처럼 적어도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라는 감정을 상기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 저 곳에도 우리 같은 아이들이 살고 있어. 축구도 하고, 국수도 먹고, 숙제를 하지 않아 부모님께 혼도 나는 아이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