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된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는 이철수 판화가.
견민정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쉽게 쓰여 있어요. 얼핏 보면 어떻게 이런 순진한 경전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입니다. 다른 작품들에서 힘들게 내려 했던 일상적인 느낌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철수 판화가는 몇 년간 원불교 경전 '대종경'을 대해본 느낌으로 내용이 쉽고 일상적인 점을 꼽았다. '대종경'은 원불교 사상의 근간이 되고 가장 널리 읽히는 경전이다. 일상에서 가르침이 응용되고 활용되는 다양한 사례와 부가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대전시 중구 '예술가의 집'에서 <이철수 대종경 판화전: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판화가는 1980년대부터 대표적인 민중미술 계열의 판화작가로 활동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3년간 그가 원불교의 가르침을 재해석해 새로 만든 출품작 2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6일 전시회장에서 가진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그는 대종경에 담긴 사상, 그리고 물질과 정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부처님이 너만 잘 먹고 살라고 했나요?"이 판화가는 '대종경'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돈이나 구체적인 이익, 특별한 기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시회장 한쪽 벽면에 걸린 '작가의 말'을 통해 그는 "'물질개벽'이 만드는 변화의 회오리 속에서 정신의 무한도전이 될 '마음개벽'을 화두로 삼아 작품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경전을 통해 마음을 수양하고 그런 깨달음을 많은 어른들이 젊은 세대와 나눠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현재 제천시 백운면 시골에서 부인과 함께 농사를 짓는 이 판화가는 사람들을 피해 온 그곳에서도 물질의 폐해를 느낀다고 했다.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서울과 거리가 짧아졌는데 그 동네가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부분 대도시로 빠져나간다. 그는 "장도 잘 안 서고 흔하던 목욕탕마저 사라졌다"며 "시골은 자꾸 무언가가 줄어든다"고 아쉬워했다.
기술이 많이 발전해 스마트폰이나 사람의 감정을 가진 로봇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이 판화가는 지금이 물질개벽을 실감할 수 있는 첫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물질이 정신계에도 들어와서 이제 체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닌가 한다"며 "우리가 마음공부를 통해 얻고 싶은 통찰이나 깊이까지 물질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공감 부족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남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처님이 너만 잘 먹고 살라고 했나요? 없는 놈은 없이 살아도 좋다고 했나요? 어떤 경전에도 그런 말씀이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가 잊고 있는 것 같아요."
유쾌하게 풀어낸 경전의 가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