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안으로 비추는 강렬한 빛보는 이들을 저절로 고개숙이게 만드는 신비한 무엇인가가 깃들여져 있다.
이정혁
동굴 안은 전기가 연결돼 등을 켤 수 있는 구조다. 남 선생님과의 상의 끝에 아이들에게 어둠의 분위기와 공간의 감각을 느껴볼 기회를 주자고 결론 내렸다. 달랑 랜턴 세 개 만 들고 들어 간 이유다. 태곳적 고요가 살아 있는 곳, 어둠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 그리고 천장에 박쥐가 우글거리는 곳. 도시의 아이들에게 이런 곳에서 오감을 열고 자연과 동화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얼마나 주어질까.
박쥐를 처음 보는 아이들은 몸은 한껏 웅크렸지만, 호기심의 촉수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힘껏 뻗치고 있었다. 박쥐들과 아쉬움을 남긴 채 이별을 고하고 되돌아오는 길.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한 줄기 강렬한 빛은 저절로 사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종교인이 대부분인 '아마'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아이들도 자연이 빚어낸 뭉클한 장면을 가슴에 꼭꼭 담아두려는 듯, 발걸음을 멈추고 진지해졌다. 나 역시 언어의 한계를 아쉬워하며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동굴 탐험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탐험대장님은 일부러 뒷산을 빙 둘러오는 길로 안내하셨다. 산길을 거닐며, 낙엽이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소리을 귀로 듣고, '까마귀 오줌통'이나 '도깨비 꽃' 같은 낯선 식물과 나무를 눈으로 보고, 산양의 먹이가 될 커다란 나뭇잎을 손으로 주우며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연 속으로 걸어들어 갔다.
감맛이 꿀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