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A씨의 채용계약서. 계약기간은 6개월로 돼 있다. '해임' 기준도 자의적이고 추상적이다.
심규상
하지만 정작 채용계약서는 지난해 8월까지 계약 기간을 6개월로 명시했다. 비정규직 신분에다 6개월마다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A씨 또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6개월 만에 학교를 떠나야 했다.
A씨는 "많은 기간제 교사가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해 학교 측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상급 정규직 교사의 차별 대우 문제로 갈등하다 구두계약한 1년을 채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시간제 교사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분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계약제 교원운영 지침'을 마련해 일선 학교에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충남도교육청이 지난해 1월 일선 학교에 시달한 권고안에도 '학기 단위 또는 1년 이내로 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6개월 단위 단기 채용계약을 조장, 신분 불안을 가중하고 있는 셈이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기마다 계약을 연장하면 호봉이나 경력 누락 등으로 인한 기간제 교사의 불이익을 그때 그때 수정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대부분 학교가 계약서를 악용해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악용사례는 없는 지 현장 운영사례를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 노무사는 "1년 이상으로 계약 기간을 정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6개월 마다 계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 + '1담임'까지
계약서 2조에는 기간제교사의 임무에 대해 '업무분장에 의한 기타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돼 있다. '불합리하게 업무를 분담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문구는 도교육청 지침에만 들어 있다. 현실은 '업무분장'이 기간제 교사에게 불리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A씨는 "학급별로 1담임과 2담임이 있는데 책임이 따르는 1담임은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고 정교사들은 2담임을 맡는다"며 "때문에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학부모 면담, 성적관리 등 업무가 1담임을 맡은 기간제교사에게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있던 학교의 수석교사의 경우 연수에 들어가 하지 못한 방과 후 수업과 방학 중 수업까지 기간제 교사에게 떠넘겼다"고 덧붙였다.
신분상 불안을 이유로 과중한 업무까지 맡는 것이다. 교육부가 밝힌 지난해 3월 기준 '초중고 교사현황'을 보면 충남은 기간제교사의 담임 비율이 62.5%(1588명의 기간제 교사 중 993명)로 전국 평균(53.0%)보다 무려 10%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A씨가 다니던 해당 중학교 계약서와 충남도교육청 권고안에는 '기간제교사가 불가피하게 중도에 사직할 경우 30일 이전에 학교 측에 서면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이 해임할 경우에는 이런 사전 통지 의무조항이 들어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에는 해임 시 사용자 측도 1개월 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업무 태만, 능력 부족하면 해임'... 자의적이고 추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