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캠핑으로만 여행을 하고 있는 45년생 영국인 여행자.
김동범
포트포털은 나름 괜찮았다. 사실 숙소에서 늘어져 지내느라 구석구석 돌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먹거리도 쌌고, 사람들도 나쁘지 않았다. 포트포털에서 4일간 지낸 후 카벨리(Kabele)로 이동하는 버스를 예약했다. 버스 회사는 칼리타(Kalita)와 링크(Link) 두 군데가 있었는데 둘 다 출발 시간이 오후 6시였다. 그건 카벨리에 새벽에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숙소에서 자신을 '알리바바'라 불러달라고 하는 영국인 아저씨(45년생이니 어쩌면 할아버지)를 만났다. 오로지 캠핑으로만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해서 무척 흥미로웠다.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숙소는 절대 가지 않고 오로지 캠핑으로만 6개월 여행했다고 했고,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는 곳도 트럭을 개조한 집이라고 보기엔 너무 낭만적인 곳이었다. 역시 여행을 하는데 있어 나이는 중요치 않은 것 같다. 혹은 여행을 하면 몸도 마음도 젊어진다는 게 진리가 아닐까.
다음날 카벨리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시내로 간 뒤 남는 시간 동안 차를 마시고, 소고기와 염소고기 꼬치를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롤렉스'라고 부르는 짜파티를 사서 저녁으로 먹었다. 버스는 역시 기대도 안 했지만 6시가 아닌 8시가 되어 출발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더 늦게 출발하기를 바랐는데 그 이유로는 카발리에 도착했을 때가 무려 새벽 3시 반이었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그것도 국경 부근의 도시에 새벽에 도착하는 건 그리 마음에 놓이지 않는 법이다. 다행히 내리자마자 보다보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고, 새벽 4시에 체크인을 한 뒤 잠이 들었다.
카벨리(외국인들은 카벨레로 불렀지만 현지인들은 카벨리로 부른다)의 풍경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도로를 포장하기 전이라 온통 먼지로 가득했다. 마을이 그리 큰 것도 아니라 잠깐 걷다가 돌아왔다.
배낭여행자에게 가장 좋은 곳은 역시 허름한 식당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가격을 보고 놀라 나온 뒤 내가 간 곳은 탁자만 하나 놓인 작은 식당이었다. 4000실링(약 15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여기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도 이곳을 찾았다.
카벨리는 다른 국경 마을보다는 나은 편이었으나 오래 머물기 괜찮은 도시는 아니었다. 사실 카벨리를 온 것은 국경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아름답기로 소문난 부뇨니 호수(Lake Bunyonyi)를 가기 위해서였다. 카벨리에서 약 10km 떨어져 있어 보다보다를 타고 호수로 갔다. 호수 부근에 숙소가 많았지만 우리는 호수 중심부에 있는 이탐비라 섬(Itambira Island)을 가기로 했다. 그곳에는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숙소, 부유나 아마가라 롯지(Byoona Amagara Lodge)가 있는데 갈 때는 카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스피드보트와 어떤 차이가 있나, 왜 비싼가 궁금했는데 카누를 보고서 알게 되었다. 물론 뒤에 있던 친구가 대부분 노를 저었지만 카누는 무려 1시간 동안 노를 저어 호수를 건너야 했다.
뒤에서 노를 저어 주던 친구는 이 호수의 깊이가 무려 900미터라는 놀라운 말을 했지만, 우리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나중에 만난 다른 외국인 여행자도 900미터는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 노를 저어 힘들게 섬에 도착했다. 노를 저어준 친구는 섬에서 나올 때 꼭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섬에 도착한 후 첸은 도미토리에 체크인을 하고, 나는 텐트를 쳤다. 그리고는 식당에 앉아 주변 경치를 바라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마구 멋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분명 처음에는 기대치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점점 괜찮아졌다.
사실 섬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조금 더 움직이고 싶다면 카누를 빌려 다른 섬을 가는 것도 가능하나 대게 주변 경치를 바라보는 게 전부다. 게다가 태양열 발전으로만 섬의 전기로 충당하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바로 자야 했다. 다만 텐트에 들어가자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