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내놓은 아들의 메시지
이안수
"좋은 습관이구나. 그런데 아빠의 걱정은 네가 시급 6000원 하는 알바를 하다 보면 네 인생을 시급 6000원짜리의 꿈으로 국한할까봐 그것이 두렵다. 노랑미술관의 이정호 대표님이 20년 전쯤 한 다국적 회사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담당 사장을 할 때 '서치 펌(Search Firm, 헤드헌터회사)'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데 그때 제시된 연봉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시간당 340만 원이었단다.""무슨~, 알바비가 6000원이라고 6000원짜리 인생으로 꿈을 맞춰 꾸겠어요. 알바로 번 작은 돈의 소중함을 알아야지 큰돈을 값지게 쓸 수 있지요." "영국에서의 아르바이트가 처음이었고 지금이 두 번째인가?""맞아요. 돈을 많이 받든 적게 받든 돈을 받고 일을 한다면 적어도 그 회사에 확실하게 보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항상 연구한다고요. 영국에서도 테이크아웃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면서 식재료를 다듬고 칼질하는 것을 혼자 연습했어요. 그래서 12가지 음식을 준비해서 가게를 열어야 하는 오픈도 한 달 만에 혼자 할 수 있었어요. 한국 나올 때 사장님 부부께서 많이 아쉬워하시면서 다시 영국으로 복학할 때 원하면 점장을 하라고 하셨어요.""맞아. 열심히 하고, 잘하면 아르바이트신분에서 바로 매니저가 될 수도 있지. 알바든, 임시직이든, 정직원이든 혹은 직무의 등급이 일의 성실도를 훼손해서는 안 되지. 알바를 하면서 귀중한 것을 깨달았구나. 내가 너의 알바를 용인한 것은 네가 세상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야. 세상을 그만큼 배웠으면 됐다. 알바 그만하거라." "아부지?"
세상에 허투루 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요청을 받고 모티프원으로 온 아들. 청소를 끝내고 저녁 아르바이트를 위해 서울로 다시 가야 한다며 집을 나서려는 그를 불러 세웠습니다.
"영대야, 오늘은 네가 마친 모티프원의 베드 메이킹이나 공간의 리프레시 상태를 아빠와 함께 점검해보자.""걱정 마세요. 청소가 벌써 10년째인데요…."영대의 자신만만한 말과는 달리 아빠의 점검이 있을 때면 매번 지적 사항이 나오지 않은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아들은 살짝 긴장하는 표정을 애써 숨겼습니다.
"베드메이킹에서 손님의 피부가 이불에 닿지 않도록 시트의 중심에 이불을 놓고 완전히 이불을 감싸는 것이 핵심이지만 이것만으로는 2%로 부족하다. 손님이 잠결에 이불을 걷어차도 시트와 이불이 분리되지 않게 하는 것은 위생의 문제이지만, 손님의 시각적·심리적 만족을 위해서는 시트와 이불을 팽팽하게 마무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바람을 가득 담은 풍선처럼 팽팽하다면 누군가가 손을 짚기만 하더라도 흔적이 남으니 청결상태를 손님이 한눈에 알 수 있어.""알고 있어요. 이만하면 팽팽하지 않나요?""하지만 모서리의 접힌 부분이 부풀어 있구나."이렇게 아들과 각 공간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적지 않은 지적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늦지 않게 서울로 가야 한다는 아들을 붙잡고 기어코 마무리 잔소리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