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세미콜론
"굉장하네요. 번쩍번쩍하는데요." "음? 번쩍번쩍해진 걸 알아본다는 건, 제대로 보고 있다는 거네요." "예?" "잘못된 것도 알죠? 조금 더 제대로 해 주세요." "어, 죄송합니다." (113쪽)
'어깨가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아버지도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았을까? 나도 언젠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143쪽)
창문닦이 일을 하는 아이는 창문닦이 일을 하다가 그만 줄이 끊어져서 죽고 만 아버지를 그리면서도 그저 차분하게 아버지 뒤를 밟습니다. 아니, 이 아이가 짐짓 차분해 보일 수 있고, 가슴에 응어리진 이야기를 좀처럼 바깥으로 못 꺼낸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창문닦이 아이는 '창문닦이 동료'인 어른들을 마주하면서 저희 아버지가 예전에 함께 일했을 어른들하고 어떤 마음이 되었고 어떤 삶이 되었으며 어떤 말짓과 몸짓으로 하루를 보냈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짓는 살림을 가만히 그려요.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천천히 자라는 모습을 깨닫습니다.
"소타, 잃고 나서 알게 되면 늦는다고." "음." '하지만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는데. 게다가 가요는 내가 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니까. 일단 이렇게 생각하지만.' (153쪽)만화책을 읽으면서 내가 걷는 길을 돌아봅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가 걸은 어떤 길을 뒤따라서 걷는다고 할 만한지 되새깁니다. 내가 걷는 길을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즐겁게 바라보면서 배우거나 맞아들일 만한지 되짚습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하고 똑같지 않으니, 내가 걷는 길은 여러모로 다를 만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하고 똑같지 않기에, 아이들이 걸을 길은 여러모로 새로울 만합니다.
나는 우리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랑으로 오늘을 살면서 내 나름대로 새롭게 사랑을 짓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나한테서 받은 사랑으로 오늘을 꿈꾸면서 아이들 나름대로 기쁘게 사랑을 가꿀 테지요.
잘한다거나 못한다고 하는 모습을 가리는 삶은 아니라고 느껴요. 기쁨인가 아닌가 하는 대목을 살필 삶이라고 느껴요. 내가 우리 어버이한테서 지켜본 모습을 기쁨으로 삭히면서 가다듬을 노릇이고, 오늘은 내가 어버이가 되어 우리 아이들을 마주할 적에 새로운 기쁨하고 웃음하고 노래가 되도록 추스를 노릇이에요. 아름답게 웃고 사랑스레 손을 맞잡으면 넉넉하리라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