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의 사회적 자본 네트워킹 사례, ‘서귀포 혁신비전포럼’ -
정기석
공동체를 하려면 '사회적 자본 발전소'부터 그런데 지역공동체를 재생하고 활성화하려면 법이나 정책 이전에 더 중요한 게 있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공동체의 재생과 활성화를 촉발하거나 공동체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 견인할 만큼 사회적 자본이 충분하지 않다. 신뢰, 협동, 연대, 참여, 규범, 네트워크 같은 혁신적 동력과 창조적 에너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근현대에 걸쳐 봉건 조선왕조, 일제 식민지배, 동족 상잔의 전쟁, 군부독재 등의 반사회적 암흑기에 매몰돼 미처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거나 축적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물론 계, 두레 등 농경사회의 전통적 유산, 심지어 새마을회 같은 국민운동단체를 사회적 자본이라 내세우는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이 사회의 혁신에 얼마나 쓸모가 있는 사회적 자본인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농촌지역의 사회적 자본 잠식 또는 파산 상태는 심각하다. 지난날 산업화 및 공업화 개발경제 과정에서 농촌지역의 인적 자본이 대거 도시로 이동, 전통적인 농촌 마을사회의 사회조직 또는 공동체조직이 와해되고 공동체 규범이 약화된 게 근본적 원인이다. 이러한 인적 자본의 약화는 농촌마을과 지역사회의 지도력 약화로 직결되었다. 농촌 지역사회 내부에 그나마 축적되었던 사회적 자본이 쇠퇴되면서 농촌 지역사회의 활력과 동력이 상실되고 만 것이다.
이른바 '마을만들기', '사회적 경제' 등 마을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사업(Community Business)의 성공적 추진의 최우선 필수조건은 행정의 지원도, 주민의 학습도, 전문가의 역량도 아니다. 신뢰, 협동, 연대, 참여, 규범, 네트워킹 같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사업을 벌이는 마을과 지역사회 공동체 안에 충분히 내재·축적된 고유 사회적 자본의 보유 여부와 활용 정도가 사업 성패의 열쇠일 것이다.
즉, 이미 마을공동체 내부에서 마을공동체 구성원끼리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연대하며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나누지 않는 마을공동체사업은 시작부터 온갖 어려움에 부닥친다. 마을공동체 스스로, 내발적이거나 자생적으로 마을공동체의 규범과 관계망을 형성하고 강화할 수 있는 자체 동력이 필요하다. 결국 마을·지역사회 공동체의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유·무형의 자산으로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바탕이 되고 전제되어야 마을공동체사업은 가능하다.
인적 자본, 물적 자본 등 여타 자본이 절대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농촌마을공동체 사업을 준비하는 마을주민들은 마을사업을 신청하기 전에, 우리 마을의 사회적 자본이 어떤 게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 어떤 쓸모를 지니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조사하고 정리해두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마을공동체사업에 나서면 안 된다.
그런데 한국의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공동체가 주체적으로, 창조적으로 사회적 자본을 배우고 축적할 기회나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신뢰와 협동보다 불신과 경쟁이, 규범과 네트워킹 보다는 위법과 이기주의가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체 지원 법과 제도를 만들기 이전에 농촌공동체 재생과 활성화에 유용한 사회적 자본부터 새로, 충분히 발굴, 개발, 육성, 축적해야하는 과제가 시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