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가좌동 그린빌 아파트 단지 내 ‘푸른마을 도서관’ 글쓰기 모임 회원들이 <위대한 스승, 남면 조식>을 펴냈다.
이우기
아파트 주부들이 논개(論介, 1574~1593)에 이어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 선생의 일대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을 펴냈다. 경남 진주 가좌동 그린빌 아파트 단지 내 '푸른마을 도서관' 글쓰기 모임 회원들이다.
'문이와 함께'라는 소모임은 2008년 3월에 만들어졌다. 주부들은 문집과 소식지를 내다가 2013년 11월 그림책 <가락지>를 기획해 책으로 펴냈다. 논개 이야기를 담은 <가락지>는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2014년 10월 1000부 추가 발행됐다.
초판 100부에 이어 재판을 10배나 더 찍은 것이다. 주부들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논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많은 관심을 끌었고, 여러 곳에 책이 팔려나갔던 것이다. 이때 주부들은 두 번째 책으로 남명 조식을 내겠다고 했다.
주부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 가정주부 7명이 2년 동안 읽고 토론하고 그리고 편집해 책을 펴냈다. 이들은 경상대 남명학연구소와 고문헌도서관, 연암도서관, 진주여성회 등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았고, 산청 시천면에 있는 산천재를 방문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책을 내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많았지만, 주변의 도움도 있었다. 경상대 전병철 교수는 지난해 2월 진주여성회에서 강연하면서 이 주부들을 만나 "꿈 속에 남명 선생이 보일 정도가 되어야 글이 될 것"이라 조언하기도 했다. 또 주부들은 2015년 6월 진주시 독서프로그램 진흥기금 지원으로 100부를 발간할 수 있도록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탰다. 곽은정씨는 그림을 그리고 수정하다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편집 과정에서 10번이나 수정 작업을 했다. 편집을 맡았던 성수연씨는 "끈기와 노력으로 무에서 유를 이루어내는 대단한 아줌마들의 반란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위대한 스승, 남명 조식>은 초등학교 4~6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놓은 책이다. 주부들은 "절의와 지조의 대명사인 남명 조식 선생에 대해 대략적으로라도 알려주고 싶었다"며 "나라가 어렵던 절망의 시대에 조선 선비는 무엇을 하였는지 어린 아이들이 배우고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편안하고 쉽게 썼다"고 설명했다.
내용은 '물그릇과 방울', '시험공부가 진짜 공부?', '단성소', '폭풍 속의 두 노인', '소를 타고 가거라', '새가 되어 천석 종을 울리다' 등으로 짜여 있고 책 말미에는 조식 선생의 일생을 간략히 요약해 놓았다.
이문희 대표는 "산고가 컸던 만큼 그 보람과 기쁨은 훨씬 더 크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지막 편집하는 날까지도 그림을 다시 그려달라고 떼를 쓰고 글도 손 보고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공을 들였다. 진이 빠졌다. 이제 더이상 그림책을 안 만들겠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글쓰기 모임이니까 글쓰기 공부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정말 더는 못할 것 같았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인쇄 사고가 나서 그림책 출판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계획보다 한 달 정도 늦어져서 애태우고 있는데 또 미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기다릴 수밖에." 푸른마을 도서관 글쓰기 모임 회원들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푸른마을 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들은 세 번째 그림책 <충무공 김시민 장군>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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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용감' 보여준 7명의 주부들, 또 책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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