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채널A의 '친노' 악마화

총선보도감시연대 3차보고서

등록 2016.01.27 11:06수정 2016.01.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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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노는 벌떼형성을 한다. 자기들에게 해를 주는, 공격하는 데에 대해서는 결사적으로 집중포화를 퍼붓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하는..."이라며 친노를 '벌떼'에 비유한 장성호 건국대 교수
"친노는 벌떼형성을 한다. 자기들에게 해를 주는, 공격하는 데에 대해서는 결사적으로 집중포화를 퍼붓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하는..."이라며 친노를 '벌떼'에 비유한 장성호 건국대 교수채널A <쾌도난마>

"친노는 벌떼형성을 한다. 자기들에게 해를 주는, 공격하는 데에 대해서는 결사적으로 집중포화를 퍼붓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하는..."

지난 20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한 장성호(건국대 교수)씨가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 일부가 탈당하는 원인을 '친노'의 배타성이라 지적한 것이다. 같은 날 패널로 나온 이현종(문화일보 논설위)씨와 조수진(채널A 국제부차장)씨도 장씨의 말에 공감하며 '친노패권주의'를 야당 분열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채널A <쾌도난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자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야권 패배하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말한 내용을 비판하며 시작됐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들은 문 대표의 행보를 '친노 패권주의'라 규정지은 뒤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현종씨는 "친노들은 자기들한테 도움 준 사람에 대해선 무한정 칭찬하는데 반해 자기들한테 반대했던 사람들에 대해선 강력히 비판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진행자는 이 씨의 발언을 자제시키거나 다른 방향으로 주제를 이끄는 대신 "본인들에게는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는 엄격한 거 같다"고 말하며 그의 말에 힘을 실었다. 일부 패널들의 편향성 문제가 아니라 방송사 차원에서 '친노' 악마화에 나섰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친노는 배타성이 문제, 학생운동 한 번 했던 완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운동권(친노)의 문제는 이중성"(이현종, 채널A <쾌도난마>, 1/15)
"친노세력의 정체성이 상당히 배타적인 패권집단"(장성호, 채널A <쾌도난마>, 1/15)
"친노는 자기하고 반대되는 사람은 절대 포용하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줬다"(이진곤, 채널A <쾌도난마>, 1/19)
"친노는 자기들한테 도움준 사람에 대해서는 무한정 인내를 베푼다. 무한정 칭찬하는데 반해 자기들한테 반대했던 사람들에 대해선 요만한 것만 있어도 강력히 비판한다."(이현종, 채널A <쾌도난마>, 1/20)
"친노는 벌떼형성을 한다. 자기들에게 해를 주는, 공격하는 데에 대해서는 결사적으로 집중포화를 퍼붓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하는..."(장성호, 채널A <쾌도난마>, 1/20)
"친노 세력들은 정의는 자신들의 것이고, 도덕도 자신들의 것이고 그렇다"(이진곤, TV조선 <시사탱크>, 1/14)
"모든 입법이 정지되어있고, 구호만 난무하는 구태정치, 투쟁이 아닌 경쟁정치, 싸움이 아닌 토론과 대화의 정치, 조정하는 정치를 꾸려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막말하고, 갑질하고 싸우는 사람들이고, 친노패권 세력이다."(민영삼, TV조선 <시사탱크>, 1/15)
"친노들의 정치성향이라고 하는 게 앞에서 약속해놓고 뒤에서 딴말하고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를 한다"(장성민, TV조선 <시사탱크>, 1/15)
"비리, 막말, 갑질인데 막말, 갑질을 한 의원 중에서도 친노로 겹치는 분이 얼른 세도 5,6명 되지 않습니까. 신기남, 노영민, 윤후덕, 정청래, 김경협 의원까지 합쳐서 이 분들이 겹칠 적에 이분들을 처리하지 않고는 성과라고 할 수가 없다."(민영삼, TV조선 <시사탱크>, 1/18)
"친노가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친노는 아주 강고한 조직을 만들어 왔고,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뒤통수를 맞고, 나가떨어졌다."(고영신, TV조선 <시사탱크>, 1/18)
"친노 정치가 보통이 아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보통 아니다. 보통 이하다. 그러니까 선거에서 그렇게 지는 거다. 운동권 정치라는 것이 숙주정치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독자적 리더십이 없다. 항상 힘 있는 쪽에 한 사람 내세워서 패거리정치를 하거나 힘 있는 사람에 붙어서 하는 숙주정치가 전문. 지금 대한민국에 정치실종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근본이유는 야당 정치 무능함, 무원칙, 무책임 때문"(장성민, TV조선 <시사탱크>, 1/18)

TV조선도 채널A와 함께 '친노' 악마화에 나섰다. 15일 <시사탱크>의 진행자 장성민 씨는 "친노들의 정치성향이라고 하는 게 앞에서 약속해놓고 뒤에서 딴 말한다"며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라고 주장했다. 18일 같은 프로그램에선 "친노 정치는 보통 이하다. 패거리정치다"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편의 '친노' 악마화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고 매도했던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민언련과 전국언론노조 등 27개 시민사회언론단체들이 모여 꾸린 총선보도감시연대에서 25일 발표한 3차 보고서에는 이 같은 종편의 행태가 잘 드러나 있다.


"야당은 사당, 여당은 공당"

 "여당은 공당, 야당은 사당"이라 말한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
"여당은 공당, 야당은 사당"이라 말한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채널A

종편은 '친노'를 '패거리 정치' '구태 정치' '숙주정치' '막말정치'라 비난한 것과는 상반되게 여당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로 일관했다. 야당은 문재인 혹은 안철수 사당, 여당은 공당이라는 식의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19일 채널A <쾌도난마>에 나온 이진곤(경희대 객원교수)씨는 조경태 의원이 당적을 어디로 옮길지 가늠하면서 "국민의당도 못 있고 더민주도 못간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대표의 주도하에 "사당화"돼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덧붙이며 말이다.

이어 이씨는 "사당으로 가고 싶겠습니까? 공당으로서 새누리당과 같은 정도의 제도가 돼 있다면 안심하고 갈 수 있겠지만"이라며 여당을 '공당'으로 치켜세웠다. 지극히 자의적인 기준으로 공당과 사당을 나눈 것이다. '진박 마케팅'으로 시끄러운 여당의 모습을 보면 '제도화된 공당'이 아닌 '공당(空黨)'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인데, 이씨의 말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채널A 제작진의 인식도 문제가 있다.

'친박 마케팅' 대신 나선 채널A

 후보 선수 바꾼 대통령의 '달성 사랑'
후보 선수 바꾼 대통령의 '달성 사랑'채널A

대담자의 입을 빌려 친박 띄우기와 여당 편들기에 나선 것만도 아니다. 지난 20일 채널A 방송뉴스는 대구에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상도 전 민정수석 등 예비후보 6명이 '진박(진실한 친박)연대'를 결성한 사실을 전했는데, "박 대통령이 선택 기준으로 제시한 '진실한 사람'을 자임하며 '6인 연대' 구축"했다며 논란의 '진박연대' 결성을 축하했다.

채널A는 '친박 마케팅'에 대신 나서는 모습마저 보였다. 23일 <후보 선수 바꾼 대통령의 '달성 사랑'>에서 앵커는 "박 대통령의 달성사랑이 새삼 화제가 되어 있습니다"며 뉴스를 시작했다. 기자는 "참모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력 있는 추 실장'이라고 극찬했던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을 내려 보냈고 현역인 이종진 의원은 추 후보를 지지하며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고 말했다. '유승민계'로 알려진 이종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친박계'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음에도 이러한 여론은 무시한 채 언론이 박 대통령의 '달성 사랑' 홍보를 자처한 것이다.

낮은 젠더감수성 드러낸 TV조선·채널A

 TV조선은 지난 14일 <이슈해결사 박대장>에서 박선숙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를 "安의 여자", 문재인 대표의 삼성전자 상무 양향자씨와 청년 디자이너 김빈씨 영입을 "文의 여자"라고 표현했다.
TV조선은 지난 14일 <이슈해결사 박대장>에서 박선숙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를 "安의 여자", 문재인 대표의 삼성전자 상무 양향자씨와 청년 디자이너 김빈씨 영입을 "文의 여자"라고 표현했다.TV조선

편파적인 보도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방송에 내보낸 점도 종편에서 두드러졌다. 14일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에서 윤슬기 앵커는 박선숙 전 의원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한 사실을 밝히면서 "3년 만에 안철수의 품으로 돌아왔다"며 "안철수 박선숙 커플의 재회를 어떻게 봐야할까"라고 말했다. 굳이 '품으로 돌아왔다' '커플의 재회'라는 이성교제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하며, 여성 정치인을 남성 정치인의 부속품 정도로 취급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고졸출신 삼성전자 상무 양향자씨와 청년 디자이너 김빈씨를 영입한 걸 두고선 "安의 여자vs文의 여자"라는 자막을 사용하기도 했다. 안 의원과 문 대표의 대립각을 부추기려는 의도도 노골적일뿐더러 여성 정치인을 독립적 주체가 아닌 'OOO의 여자'로 표현하는데서 저열한 젠더감수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돌직구쇼에 출연한 이계진 전 새누리당 의원
돌직구쇼에 출연한 이계진 전 새누리당 의원채널A

20일 채널A <돌직구쇼>에 출연한 이계진(전 새누리당 의원)씨도 여성 비하 표현을 반복했다. 문재인 대표가 사퇴에 "선대위가 안정되면"이라는 조건을 내건 것을 두고 비판하며 "옛말에 간다 간다 하더니 애 셋 낳고 간다하는데, (문 대표도)애 셋 낳고 갈 거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도 애 셋 낳고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틀 뒤인 22일 같은 프로그램에선 "박선숙 전 의원이 박영선 의원 오는 걸 막은 게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데, 그 말이 딱 맞군요. 여성이 여성을 지원하고, 응원하고, 동료의식을 갖는 게 아니라 여성이 여성을 막는다"며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드러냈다. 옛말인 걸 감안하더라도 여성의 출산을 비유삼은 것 자체가 문제다. 또한 박선숙 전 의원이 박영선 의원의 입당을 막았다는 말의 진위 여부도 확실치 않을뿐더러 여성이 여성을 막는다는 표현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 아래 여성에 대한 편견을 확대시킬 수 있는 문제적 발언이다.

총선보도감시연대 보고서에는 이밖에도 '동아일보의 대통령 찬양'과 'TV조선의 '친노vs김종인' 프레임 공세' 등을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는 27개 시민사회언론단체들이 뜻을 모아 발족한 선거보도감시기구입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매주 월요일 6개 신문사(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한국일보)와 8개 방송사(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YTN)의 저녁종합뉴스, 시사・토론프로그램과 시사토크쇼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신문과 방송보도는 평일 오후 3시에 일일브리핑 형태로도 발행합니다.)

* 3차 주간 보고서 주요 내용(-링크 걸어주세요)
■ [시사토크쇼] TV조선·채널A, ‘새누리당 선거운동’ 시동 걸었나 (http://www.ccdm.or.kr/aboard/?act=bbs&subAct=view&bid=vote_2014&page=1&order_index=no&order_type=desc&list_style=list&seq=8056)
■ [신문] 경제관련 단체 주도 서명운동 참여한 대통령, 한마디도 지적 없어(http://www.ccdm.or.kr/aboard/?act=bbs&subAct=view&bid=vote_2014&page=1&order_index=no&order_type=desc&list_style=list&seq=8058)
■ [방송] 황당하고 민망한 친박 TV(http://www.ccdm.or.kr/aboard/?act=bbs&subAct=view&bid=vote_2014&page=1&order_index=no&order_type=desc&list_style=list&seq=8059)
#TV조선 #총선감시 #보도 #종편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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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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