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의 표지 사진.
렛츠북
그런 삼성에서 입사 4년 만에 퇴사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나 이렇게 열심히 해서 입사했다'는 자랑이나 성공담이 아니라, '이런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는 경험담이라면.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는 저자가 삼성에서 4년간 일하고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힘든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마침내 업무에 투입된 날, 내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나눠줄 때의 뿌듯함, 회의 준비와 보고서 작성을 무사히 끝낸 순간까지. 입사 초기의 나날은 바쁘면서도 기대와 열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지치고 답답한 상황도 찾아온다.
"사무실에는 보이지 않는 결계가 있는 것 같다. 싱그럽던 화분도 며칠이면 말라버리고, 톡톡 튀는 신입도 몇 주면 기가 죽는다. 새로 올 땐 인사를 하지만, 떠날 때는 인사도 없이 사람들. 정신없이 일하며 사무실 형광등 아래 모니터 속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언제 누가 왔고 갔는지조차 놓칠 때가 있다." - 본문 225쪽 중에서 저자는 회사원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뜨겁거나, 차갑거나, 미지근하거나. 그리고 자신은 "세 가지를 고루 겪었다"고 말한다. 신입 때는 '뜨거운 과로'의 시절을 보내고, 2~3년 차엔 '차가운 위로'의 시절을 보냈다고 저자는 묘사한다. 4년 차가 지나면서 '미지근한 피로'의 시절도 겪었다고 덧붙인다. 회의와 불만의 경지를 넘어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었다는 뜻. 동명의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이 보여준 것처럼,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도 직장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업 계획 추진안'을 작성하면서 이를 '오징어'라 적은 부분도 재밌다. 일반적인 장표의 도식이 '오징어'의 모양과 닮았다는 표현인데, '38번째' 장표를 수정했다는 글에서는 아예 "그동안 37마리의 오징어가 내 손에서 죽었다는 뜻이다"라고 썼다. 사실적인 묘사에 나름 문학적인 묘사가 이어진다. 고달픈 직장 생활을 기록한 부분에서는 개인의 일기, 혹은 한국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 보고서처럼 느껴진다.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는 카카오의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된 후 책으로 발간된 글이다. "입사 후 4년, 나는 삼성을 떠났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은 이 책은 매 순간 불안과 피로에 쫓기는 한국 직장인의 씁쓸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한계가 대기업의 직원이라도 달라지지 않는, '피로 사회'의 문화를 말이다.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 - 삼성의 입사부터 퇴사까지로 말하는 실제 대기업 이야기
티거Jang 지음,
렛츠북,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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