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의 <내부자들>,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인회, 민정수석실 회유 등 여전한 비선실세 의혹

등록 2016.02.05 11:32수정 2016.02.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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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의리와 동지애로 하는 것인데 이렇게 (대통령)가족과의 의리를 팔아먹고 대통령 임기 안에 (야당으로) 간다는 것은 저는 조응천씨는 정말 권력에 눈이 멀어서 인간으로서의 도의를 져버렸다는 비판을 안 할 수가 없다."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의 초조함과 조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조 전 비서관의 더민주 행은 여러모로 온당치 못한 처사이며, 공개되지 않은 박근혜 정권의 비밀을 폭로하는 용도로 활용하려고 데려갔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박민식 새누리당 국회의원)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소식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이다.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도운 김종인 전 의원을 더민주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대한 반응보다 더 즉각적이고 강도가 높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상대방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대응을 맡았고, 정권 출범부터 1년여간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았던 공안검사 출신이기에 박 대통령과 정권 구성 인사들의 치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에서 "막장 패륜 드라마를 보는 느낌"(하태경 의원)과 같은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오는 게 일견 이해는 된다.

"<내부자들> 이병헌에 날 오버랩, 갑자기 이상한 사람 만들어"

조응천 전 청와대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입당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입당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권우성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막장 패륜 드라마가 아닌 장기흥행중인 영화 <내부자들>(2015)에 비유했다. 지난 3일 CBS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조 전 비서관은 "영화 <내부자들> 있잖아요. 거기서 (배우) 이병헌(영화 속 안상구)이라는 사람을 갑자기 강간범, 무슨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매몰을 시켜버린다"며 "<내부자들>을 보면서 조금 저하고 오버랩을 시킨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쪽(청와대)의 대응기조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계속 같은 패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에서 의수를 끼고 유력 대선 후보의 비자금을 폭로한 안상구(이병헌 분)는 역풍을 맞는다. 폭로 직후 유력 신문과 방송은 "시대의 사기꾼! 살인청부와 성폭행을 일삼는 파렴치한"이라며 조직폭력배 안상구의 과거를 부각시켜 비자금 사건을 물타기했고 결국 폭로자만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현실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하려 했다는 문건 내용은 거짓이고, 조응천·박관천 등이 청와대 문건 유출을 주도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여러 의혹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① 청와대가 유출 배후로 지목한 '7인회'는 존재하는가?

조 전 비서관이 <내부자들>에 대입시킨 부분은 청와대가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사건에 대응한 방식이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지난 2014년 12월 청와대는 검찰에 자체 감찰 결과 자료를 넘겼는데, 내용은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오아무개 행정관 등의 '7인회'가 허위 내용으로 문건을 작성해 유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7인회'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일 더민주 입당 기자회견에서 "없는 걸 만들어서 저한테 덮어씌우고 탄압하더니 슬그머니 그 사건 없어졌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청와대 내에서 박 대통령과 측근들을 음해하는 어떤 모임이 있었다는 듯이 물타기를 한 게 <내부자들>의 내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발표에서도 '7인회'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② 유출문건은 '찌라시'에 불과한가?

이 사건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봐도 청와대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이 다른 부분이 많다. 청와대는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시중에 떠도는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하다"(민경욱 대변인)고 했지만 재판부는 "첩보에 기초해서 확인하고 조사한 내용을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보고문건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이 문건과 관련해선 구두보고만 받았다는 청와대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문건을 민정수석비서관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③ '비선실세', 정말로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지난해 1월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비선실세는 없다"고 단정하면서 "2004년 정윤회씨가 대통령의 곁을 떠났고, 제가 국회에 있을 때부터 부속실 비서관들(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대통령을 모신 것을 잘 아는데 그 사람들(정윤회쪽)과 관계없고, 연락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2014년 4월 경 이재만 비서관이 정윤회씨의 메시지를 조 전 비서관에게 전달한 게 밝혀졌다. 정씨가 조 전 비서관에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이 비서관에 '내 전화 좀 받으라고 전해달라'고 했고, 이 비서관은 이를 조 비서관에 전달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로부터 나흘 후 조 전 비서관은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민정수석실의 제의' 언급한 최 경위의 유서

남아 있는 여러 의혹 중에 전혀 수사나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경찰 정보관들을 민정수석실이 회유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유서'다.

박관천 경정이 갖고 있던 청와대 문건을 몰래 복사해 기자 등에 유출되도록 했다는 경찰 정보관 최아무개 경위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와중 자살했다. 그는 유서에서 문건 유출 혐의로 같이 수사를 받던 한아무개 경위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했다.

민정수석실의 회유의혹이 제기된 당시 한 경위는 <JTBC>와 한 전화통화에서 '2014년 12월 8일 최 경위와 함께 민정수석실 직원을 만났고, 이 직원은 (문건유출 혐의) 자백을 하면 기소는 하지 않겠다'고 회유한 내용을 폭로했다. 청와대는 부인했고, 어떤 연유에선지 한 경위의 변호인이 JTBC의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더 이상의 의혹 캐기는 진전이 없었다. 당시 검찰의 수사발표에서도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조응천 #정윤회씨국정개입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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