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미고 역할을 정하는 국어 시간 아이들
김광선
토론문화 실천에 대한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직하게 말하고 용감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꾸준히 실천했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했다.
둘째, '배려해라', '존중해라'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실천해 갔다.
셋째, 교육과정에 토론 수업을 넣어서 같이 활동을 짜서 흥미를 주었고 따로 시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어 여유 있는 학습이 되었다.
넷째, 이성적 사고와 자신감에 살이 붙었다. 이 모든 활동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장'을 통해 정리하고 표현했다. 꾹꾹 눌러쓰는 글씨의 속도처럼 자신이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껏 나타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다섯째,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국지' '조선왕조실톡' '신의나라 인간나라' '토론의 전사' 등 다양한 책을 접했다. 특히, 역사, 세계사, 토론문화에 관한 책을 의도적으로 제공했으며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다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토론문화 운영과정에서 문제점은 이렇다.
첫째, 이기적인 자아들만 키워 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주장을 굽히지 않지만 남의 입장이 되거나 전체적인 구조적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렸다. 토론의 기본은 우선 '경청'인데, 다른 친구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자기 말을 마음속으로 준비하고만 있는 듯, "따다다다다" 쏘아 붙이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노사협정 토론을 할 때는 서로가 결코 양보하지 않고 팽팽하게 수평선을 달렸다. 우리 현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신의 이익은 절대 나누려 하지 않는 본능이 작용했나보다.
둘째, 말과 행동을 같이하는 게 어려웠다. 머리로는 이성적인 판단과 지혜로운 생각이 가득한데, 행동은 다르기 일쑤였다. 컴퓨터실에서 컴퓨터 모니터가 나오지 않아 쩔쩔매는 신○○을 보고, "으으씨, 다른 자리 가서 하면 되잖아."라며 짜증을 냈다. 다른 친구가 조용히 다가가 모니터 선을 다시 꽂아 금방 나왔는데 말이다.
그래도 꾸준히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 시도할 거다. 아이들이 나름대로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고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는 게 조금씩 보이기 때문이다. 머리 맞대고 언제나 토의, 토론하는 우리반. 어떤 상황속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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