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낙안마을 고샅과 돌담길. 부족해서 더 애틋했던 그때 그 시절의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돈삼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때 그 시절이 모락모락 되살아난다. 설날이 다가온 탓이다. 그 시절 설날은 가장 큰 명절이었다. 평소 먹지 못했던 맛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대목장에서 사주는 새 옷과 새 신발도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했다. 두둑하진 않아도 세뱃돈까지 챙길 수 있었다. 모처럼 일가친척을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풍족하지 않아서 더 애틋했던 그 시절의 설날이었다.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낙안마을로 향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이었다. 순천 낙안마을에는 그때 그 시절이 온새미로 자리하고 있어서다. 우리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던 초가집이 고스란히, 다닥다닥 붙어 있다.
부러 만들어 놓은 민속촌이 아니다. 그 초가집에서 지금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살고 있다. 120세대 280여 명이 초가집에서 생활한다. 대부분 여행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 음식을 내고, 민박을 친다. 새끼로 짚신과 맷방석을 만들고, 삼베를 짜는 주민도 있다. 집도, 사람도 모두 문화재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