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관련 집주인과 주고 받은 문자 내용1집주인은 전세 계약이 만료되었는데도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들은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서 그걸 당장 뺄 수 없다는 속사정도 이야기했다.
정인곤
이미 새 집 계약했는데... "전세금 못 준다"는 말만 2015년 12월 초가 됐는데, 집주인한테 전혀 연락이 없었다. 계약 만료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집주인을 찾아갔으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미 새로운 집을 계약한 상황이라서 난감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매우 많았다. 대부분 '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제일 낫다'는 답변이 많았다. 공인중개사 일을 하는 지인에 물어봤더니 '법적 대응 준비를 하되 집주인과 대화로 풀어가는 게 낫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집주인을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로 연락하기도 했다.
'내용증명' 서류와 '임차권 등기 신청' 준비 등을 해가면서 집주인과 소통했다. 부탁하는 어조로 전세 보증금 돌려줄 수 있는 날짜를 약속해달라고 했다. 집주인은 귀찮았는지 1월 말에는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월 말 이틀 전에 주인으로부터 '돈이 없다, 3월 중순에나 가능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속을 지키라는 말에 집주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황이 꼬이다 보니 후회가 고개를 들었다. 왜 처음부터 대출받아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신혼집을 알아볼 때 대출받지 않고 형편에 맞게 집을 구해보자는 원칙이 있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두 명이 만나서 결혼했으니 모아둔 돈이 많을 리가 없었다.
햇볕이 잘 들지 않고 집이 좁았지만 두 사람이 살기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가족 계획이 생기자 이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처음부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던가. 대학 때부터 살아온 지역이었고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해왔던 마을이었다. 시민사회 활동을 해오면서 법적 대응의 한계와 부정적 측면을 알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과 마을공동체 운동을 여러 해 전부터 해왔고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었다. 나는 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다.
문자 한 통으로 쉽게 약속을 뒤엎는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연락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오후 11시가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주인집을 찾아갔다가 이번엔 집주인의 딸을 상대해야 했다. 졸지에 늦은 밤에 행패 부리는 사람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