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밤거리. 카르티에라탱의 카페.
김윤주
파리를 배경으로 한 그 많은 문학 작품 중 헤밍웨이의 초기작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처럼 단숨에 읽은 소설도 드물다. 파리 체류 시절 발표한 이 작품으로 그는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고 가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파리에 이주해 온 당시에 그는 작가가 아닌 신문사 특파원 신분이었다. 전쟁터에서의 상흔과 첫사랑의 아픔과 얼마간의 기자 경력을 지닌, 결혼한 지 몇 달 안 된 청년이었다. 이 무렵 파리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움직이는 축제'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헤밍웨이는 미국 최고의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파리의 센 강 좌안 가난한 예술가들의 터전이었던 카르티에라탱과 몽파르나스 지역에 자리를 잡은 헤밍웨이와 친구들의 일상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인물들로 고스란히 형상화 되었다. 제이크 반스, 브렛 애슐리, 로버트 콘, 마이클 캠벨. 누구는 육체가 병들었고 누구는 마음이 병들었다.
일상은 지루하기만 하다. 밤낮 술집과 카페를 몰려다닌다. 비틀거리고 쉽게 취해 버린다. 남의 나라에 사는 것도 부족해 또 다른 남의 나라에 우루루 몰려가 투우와 축제 속에 몸을 던진다. 술집에서 만난 이와 몸싸움을 하고, 낯선 남자에게 자신을 던지고는 사랑이라 믿어 버린다. 도망칠 궁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