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1월 갑천에 찾아온 흰꼬리수리흰꼬리수리의 비행 모습
이경호
1980년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낮아 오·폐수 방류로 발생했던 수질사고는 줄었다. 하지만 현재 갑천의 하천의 지형은 흰꼬리수리의 생태계에 더 치명적으로 변했다. 88년 약 93만이던 대전의 인구는 약 153만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급격한 도시팽창은 참매와 새매의 먹이터였던 산과 들을 도시로 바꿨다. 넓은 평야 지대였던 둔산과 유성은 수십 층짜리 아파트와 상가들로 변해 참매와 새매는 자취를 감췄다.
흰꼬리수리의 바람막이가 되었던 갈대와 달뿌리풀이 자라던 하천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축구장과 야구장, 주차장, 심지어는 골프장까지 들어섰다. 하중도는 대형 시멘트 구조물인 보에 수몰되었고, 버드나무는 하천관리를 핑계로 아름드리 나무마저 베어지기 일쑤다. 사람들의 시선에만 맞춰 만들어진 갑천은 이제 흰꼬리수리에게 풍요롭고 안전한 곳이 아니다. 인간의 이기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일 뿐이다. 그 때문에 흰꼬리수리는 갑천을 수년 간 찾지 않았다.
흰꼬리수리의 사냥터이자 쉼터를 사람들이 점령한 것이다. 하천이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흰꼬리수리는 배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고작 새 한 마리'에 불과한 하찮은 존재였을 뿐이다. 갑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하천은 이제 사람들만 편하게 이용하는 공원으로 바꿨다.
사람들의 하천개발로 쫓겨난 흰꼬리수리는 이제 멸종위기에 처했다.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흰꼬리수리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집에서 자식을 내쫓아 놓고 미아 신고를 한 꼴이다.
야생동물에도 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