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할머니들 / 최일화마을버스가 지나가는 정류장 의자에전깃줄에 앉아 있는 참새들처럼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할머니들.바람이 불 때마다 깃털을 날리며 한 곳을 바라보는 참새들처럼버스가 섰다가 떠날 때마다출입문 쪽을 일제히 바라보는 할머니들.틀니를 빼놓고 나와 앉아 있는합죽이 할머니도 있네.날개를 다친 참새처럼할머니 하나는 지팡이를 짚고 앉아 있네.할아버지 하나가 조금 떨어진 곳에강남에서 온 제비처럼 앉아 있네. [시작노트]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이 각별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슬하에서 대가족을 이루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늘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6년을 매일 같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할아버지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할머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등교했고 학교에 다녀와서도 인사드렸다.인사를 하지 않으면 무엇인가 빼먹은 것 같아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인사를 드리곤 했다. 그런 할아버지가 6학년 2학기 때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돌아가셨다. 나는 대청마루가 꺼질듯이 꽝꽝 발을 구르며 울부짖었다.할머니는 내가 스물여덟 살 때 돌아가셨다. 내가 늦게 입대해 전역하던 해였다. 그때는 할머니 친구 분들이 빈소를 찾았을 때 눈물이 났을 뿐 할아버지를 보내드릴 때처럼 울부짖지는 않았다. 이제 내가 노년에 접어들었지만 지금도 길을 가다가 할머니들을 보면 할머니가 떠오른다. 할머니는 무척 인자하셨다. 그런데 큰어머니와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면 할머니도 엄하실 때는 무척 엄하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고향에 두고 객지에 나가 살면서 다른 여자를 하나 데리고 왔을 때 할머니가 얼마나 무섭게 역정을 내셨는지, 아주 무서우셨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며느리들도 엄하게 다스리셨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손자손녀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할머니일 뿐이었다. 내겐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래서 평생 아버지가 이중살림을 차리고 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무럭무럭 꿈을 키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나의 할머니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만났던 독거노인 할머니들 얘기를 잊을 뻔했다. 작년 봄과 가을에 걸쳐 나는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생활 실태를 파악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노인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 활동을 한 일이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 때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생활 실상을 접하고 나는 마음이 무척 아팠다. 인천이 고향인 분들도 여러분 있었지만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 고향을 둔 노인들이 인천의 쪽방에서 독거생활을 하고 계셨다. 결혼을 하지 않은 분도 있고 북한에서 넘어 온 새터민 주민들도 있었다.자녀가 없는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녀가 있었고 어떤 90대 할머니는 아들딸 11남매를 두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내게 5남매라고 하셨는데 마침 찾아온 할머니를 돌보는 교회 신자라는 분에게서 그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인천에 사는 막내딸이 가끔 들를 뿐 혼자 사신다는 것이었다. 젊어서 은행지점장을 한 명문대 출신 할아버지도 있었고 벽돌 공장을 운영하던 사장님 출신 할아버지도 쪽방에서 혼자 생활하고 계셨다. 나는 부평구와 남동구 쪽에서 실태조사 봉사활동을 했다. 이 봉사활동을 한 이후로 나는 길에서나 성당에서나 노인들을 보면 예사로 보이지가 않는다. 많은 노인분들이 혼자 사실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다가구 주택이나 연립주택, 임대아파트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그곳 반지하방에 독거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길을 가곤 한다. 그분들에게 천 원 한 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는 안다. 우리 사회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저런 음지가 존재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노인자살률이 제일 높다고 한다. 전국 시도 중에서 인천의 노인자살률이 4위라고 하는데 3일에 2명 꼴이란다. 놀라운 수치다. 급격한 노인 증가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부모자식간의 윤리의 실종도 원인일 것이고 자녀들의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민 개개인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시를 한 편 소개하려다가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비화하고 말았다. 한번은 시내버스를 타고 주공만수4단지 아파트를 가로질러 가다가 버스정류장에 할머니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봤다. 흔한 풍경이기도 하지만 그날따라 재미있기도 하고 아주 이색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를 한 것이 바로 위에 적어놓은 시다. 이 할머니들이 앉아있던 아파트 단지가 중류층의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이니 혼자 사는 할머니들은 아닐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본 한 풍경의 묘사이니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시기를 기원한다. 큰사진보기 ▲할머니들 공원에 나와 이른 봄볕을 쬐는 할머니들최일화 덧붙이는 글 인천in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최일화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최일화 (choiihlwha) 내방 구독하기 본인의 시, 수필, 칼럼, 교육계 이슈 등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쉽고 재미있는 시 함께 읽기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AD AD AD 인기기사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날개 접고' 앉은 할머니들, 부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팔순잔치 쓰레기 어쩔 거야? 시골 어르신들의 '다툼'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 국힘-용산의 '대환장' 질의응답 [주장] 변호사가 본 이재명 1심 판결과 민주당이 해야할 일 천막 탈의하는 여자선수들이 충격? 더한 것도 있습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