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기업들은 그래왔다. 과거 수십여년동안 기업활동에 방해되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웠다. 특히 일부 재벌들은 오너일가의 경영 세습과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려고 했다. 이는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별 상관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규제들이 사라지고, 최근 몇년 사이 기업들의 금고는 현금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노동자의 임금이나 소득은 제자리에 맴돌거나, 크게 늘지 않았다. 오히려 일상적 구조조정에 시달리며 해고와 일자리 불안 등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 극심한 소비부진은 우리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럼에도 정부와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대응은 전혀 딴 판이다.
현실 동떨어져있는 대통령의 경제인식, "기초체력 튼튼... 널리 알려라"이날 박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위기 우려에 대해 "이럴때 일수록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적극 알려서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고 믿는걸까. 아니면, 그냥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홍보라도 제대로 하라는 것인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축은 수출 아닌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우리 수출에 비상등 켜진 지 오래다. 작년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올해 들어서도 개선될 기미가 안보인다. 오히려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5%나 주저 앉았다. 지난 6년 5개월동안 이렇게 수출이 줄어든 적이 없었다. 물론 이런 수출 감소는 세계 경제, 특히 중국 등 신흥국가의 경기 둔화 요인이 크다. 우리 정부로선 어찌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학계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왔다. 일부 수출대기업(대부분 재벌중심) 위주의 경제운용을 하지 말라는 지적도 끊임없었다. 경제위기때도 기업 살리기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이외 서민, 노동자, 중산층을 살리는데 재정을 써야한다는 이야기도 오래됐다. 정부도 일부 진전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재벌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와 재정투입 등은 바뀌지 않았다.
현 정부 경제팀도 마찬가지다. 3기 유일호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때 '올해 경제성장률 3% 이상 가능하다'고 했다가, 한달도 안돼 입장을 바꿨다. 심상치 않은 경제상황에 21조원 재정 조기 투입,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단기부양책을 꺼내들었다. 한 나라의 경제사령탑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한국 경제에 이젠 한반도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원-달러 환율도 크게 올랐다. 개성공단 패쇄로 남북관계가 끝장 국면으로 가는 것 말고도 수많은 중소기업인과 가족, 노동자 등은 졸지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여기에 국내에 미국의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중국과의 관계까지 틀어지고 있다.
중국은 잘 알다시피 우리 경제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은 연일 한반도의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사드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중국은 우리를 상대로 경제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 이미 지난 2000년 우리는 마늘파동으로 중국의 보복을 직접 체험한 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대놓고 경제제재를 하지 않겠지만, 중국이 우리 경제를 옥죌수 있는 카드는 많다고 한다. 실제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되면 한국경제는 말그대로 파탄으로 내몰릴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상 시나리오다. 단순히 가상 시나리오로 끝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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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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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용무도 한국경제, 정부는 기업에 '백기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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