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태운 남성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판결에 대해 비난하는 댓글들
네이버뉴스 갈무리
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된 '운명'을 받아들이고, 대한민국이 아직 '불완전한' 민주국가로써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판결에 대해 비난을 하는 누리꾼들처럼 애국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나라가 더 발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판결을 받아들인다.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는 부적절, 하지만 무죄는 인정한다우선 나는 개인적으로 집회현장에서 태극기를 태운 행위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집회의 목적과 타당성을 바라보는 수많은 관점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자신이 타인이나 권력 등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의견을 공개적인 곳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에서 나온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태극기를 태운 행위는 집회의 본래 목적을 가리고 집회에서 표출한 의견에 반대하는 세력에게 비난할 빌미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도 함께 매도되며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태극기를 불 태우는 행위가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태극기를 태우는 행위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 개인의 사사로운 삶 구석구석에 침투해, 마침내 그 영혼까지 통제하면서 도저히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 사회는 이런 방법을 통해 다수의 삶의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 그 어떤 개별성도 발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아예 그 싹조차 트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급기야는 모든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을 사회의 표준에 맞도록 획일화시키려고 한다.- 그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을 대신해서 그 문제에 대해 결정하고 다른 이들이 판단할 기회를 빼앗아버려도 좋을 만큼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들이 특정 의견이 잘못되었다는 확신 아래 다른 사람들이 들어볼 기회조차 봉쇄해버린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인간들이 세상에 우연히 태어났든 신의 섭리 속에서 필연적으로 태어났든 인간이 받아들이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것들, 국가, 환경, 시대, 사회 등은 우연적으로 주어지게 된 것들이다. 인간은 이렇게 주어진 것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후에 주어진 것들을 변화시킬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받아들인다는 것과 '판단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어도 나름대로의 판단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따라서 주어진 것들에 대해 불만을 가질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나름대로의 생각에 따라 할 수 있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하며, 다양한 틀 안에 갖쳐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궁극적 진리를 안다해도 그것이 궁극적 진리인지 모를수도 있고, 궁극적 진리라고 생각해도 궁극적 진리가 아닐수도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어느 누구든지 스스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철인 황제라고 불리던 로마의 황제)보다 더 현명하고 더 낫다고 자부하지 못한다면, 절대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가정을 던져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한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하나의 가치만으로 지배되는 사회, "한 사람의 양치기와, 같은 날 같은 모양으로 털이 깎이는 수천 마리의 양으로 구성된 사회"를 '오만한 인간'들이 지배하는 '병든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의 가치만으로 지배되지 않는 '다원화-다양화된 사회', 사회와 인간과 다양한 가치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누군가에 의해 강요받지 않는 '자유사회', 타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혹은 받아들일 수 없게 침해되는 경우 권력이 제지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또 인간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비로소 책임성이 부여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때 도덕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가 없으면 책임성과 도덕은 없고, 자유와 다양성이 인간 이성의 발전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태극기를 태우는 행위는 무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작년 4월 21일 오준승 시민기자는 태극기를 태운 행위에 대한 기사에서 "국가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줘야"하고 "국기를 불태운다고 국가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형사처분까지 하는 건 과잉처벌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의한다.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가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생각해서 비판과 비난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무죄판결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가 '주어진 것'(국가나 국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든 실수이든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다수의 국민들이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도 이것을 권력으로써 억압하고 처벌하는 행위는 "그 문제에 대해 결정하고 다른 이들이 판단할 기회를" 차단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행위가 옳든 그르든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국기모독죄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번 판결의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불만을 가질만한 부분들이 있지만, '무죄 판결을 한 것'은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번 판결이 대한민국 발전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약 30년 전 "성조기를 훼손했다고 처벌한다면 성조기가 상징하는 소중한 자유가 훼손될 것이다."라며 국기모독죄를 수정헌법 1조 위반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나는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이런 '열린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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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불태운 남성 '국기모독' 무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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