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기생충 확산... 수달 배설물에서도 발견

[르뽀 : 낙동강 하류는 지금] 통발에는 죽은 물고기만... "물고기 없는 게 더 걱정"

등록 2016.02.21 20:46수정 2016.02.2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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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렸더니 브루길, 누치, 동자개, 새우 등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렸더니 브루길, 누치, 동자개, 새우 등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윤성효

 21일 오후 경남 창녕 유어면 쪽 낙동강에 있는 돌 위에 수달의 배설물이 발견되었는데, 그 속에 기생충이 섞여 있었다.
21일 오후 경남 창녕 유어면 쪽 낙동강에 있는 돌 위에 수달의 배설물이 발견되었는데, 그 속에 기생충이 섞여 있었다.윤성효

"겨울철에는 통발 안에 오랫동안 물고기가 들어가도 죽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 들어 통발을 끌어올려 보면 살아있는 고기가 드물다. 4대강사업 때문이다."

21일 오전 김해 대동면 쪽에 있는 낙동강 선착장에서 만난 어민들이 쏟아낸 말이다. 4대강사업을 벌인 뒤 처음으로 지난해 여름 통발 속 물고기들이 폐사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겨울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자 어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배종혁 의장과 임희자 정책실장, 한은정 창원시의원과 함께 이날 낙동강 일대를 답사했다. 주로 어민들을 만나 물고기 폐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대동선착장 하류] "겨울철 통발에 든 물고기가 죽기는 이번이 처음"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리고 있다. 시커먼 뻘층이 묻어 있다.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리고 있다. 시커먼 뻘층이 묻어 있다.윤성효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리고 있다. 시커먼 뻘층이 묻어 있어 털어내자 주변으로 흩어지고 있다.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리고 있다. 시커먼 뻘층이 묻어 있어 털어내자 주변으로 흩어지고 있다.윤성효

대동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통발 설치 현장을 찾았다. 어민이 열흘 정도 전에 설치해 놓은 통발을 끌어올리며 흔들었더니 주변이 흙탕물로 변했다. 통발에 붙어있는 시커먼 뻘이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희뿌옇게 변한 것이다.

통발 2개를 건져 올렸다. 그런데 통발 속에 움직임이 없었다. 물고기가 모두 죽은 채 나온 것이다. 통발을 뒤집어 보니 누치와 동자개, 블루길, 새우가 보였다. 죽은 지 오래 되어 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왔다는 김영래(63)씨는 "겨울철 통발에 든 물고기가 죽기는 이번 처음"이라며 "한 두 달 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겨우 몇 마리 살아있어 봤자 경제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낙동강에는 물고기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장어, 붕어, 잉어, 메기는 지금 낙동강에 없다고 보면 될 정도"라고 말했다.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렸더니 누치와 동자개, 새우 등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다.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렸더니 누치와 동자개, 새우 등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다. 윤성효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렸더니 브루길, 누치, 동자개, 새우 등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
한 어민이 21일 오전 삼락지구 쪽 낙동강에서 열흘 전 설치해 놓았던 통발을 끌어 올렸더니 브루길, 누치, 동자개, 새우 등 물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윤성효

선착장에서 만난 다른 어민은 "4대강사업 뒤에 보가 들어서면서 녹조 현상이 더 심해졌다, 4대강사업 뒤 물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이라며 "물고기가 없다보니 어민들 생계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어민들이 지난해부터 수상 시위를 벌이면서 근본 대책을 세워 달라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통발 속에 물고기가 죽는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 측은 용존산소량 부족이 원인이라 했다, 그런데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니라 겨울에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하류 창녕 쪽] "과연 낙동강서 잡은 물고기 먹어도 되는지 의문"

 21일 오후 경남 창녕 유어면 쪽 낙동강에 있는 돌 위에 수달의 배설물이 발견되었는데, 그 속에 기생충이 섞여 있었다.
21일 오후 경남 창녕 유어면 쪽 낙동강에 있는 돌 위에 수달의 배설물이 발견되었는데, 그 속에 기생충이 섞여 있었다.윤성효

 21일 오후 경남 창녕 유어면 쪽 낙동강에 있는 돌 위에 수달의 배설물이 발견되었는데, 그 속에 기생충이 섞여 있었다.
21일 오후 경남 창녕 유어면 쪽 낙동강에 있는 돌 위에 수달의 배설물이 발견되었는데, 그 속에 기생충이 섞여 있었다.윤성효

창녕 쪽 낙동강에도 물고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으로 향했다. 창녕 유어면 쪽 낙동강을 찾았다. 이곳은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 사이에 있다.

이곳에서는 수달의 배설물이 강가 돌 위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 배설물 속에 기생충이 섞여 있었다. 수달이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를 먹은 뒤 배설해 놓은 것이었다.

임희자 정책실장은 "지난 밤 사이 수달의 흔적으로 보인다"며 "배설물 속에 기생충이 섞여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낙동강 중류인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부근에서 죽은 물고기 속에서 기생충이 나온 적이 있는데, 하류에 해당하는 이곳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나온 어민 2명은 "최근 들어 죽은 강준치를 발견한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그런데 물고기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잡히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며 "오죽했으면 돈이 안된다고 집사람이 그물을 치지 말라고까지 하겠느냐"고 말했다.

어민이 몰고 온 트럭에는 그물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이곳 어민들은 "최근 들어 그물에 간혹 걸린 붕어 등 물고기 몇 마리를 보고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비늘 사이로 피가 흘러나온 것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면서 "그물에 걸려 상처가 난다면 비늘도 벗겨져야 하는데,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어민은 "물고기가 죽거나 줄어든 이유는 독성이 있는 녹조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과연 낙동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수자원공사 등 정부 측은 조사와 검사를 해서 안심해도 되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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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녕 유어면에 사는 한 어민은 최근 낙동강에 설치해 놓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잡았는데 몇 마리 붕어가 피가 비늘 사이로 나온 것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고 한다. 어민은 물고기의 붉은색은 그물에 상처를 입었을 때 나타난 상태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경남 창녕 유어면에 사는 한 어민은 최근 낙동강에 설치해 놓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잡았는데 몇 마리 붕어가 피가 비늘 사이로 나온 것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고 한다. 어민은 물고기의 붉은색은 그물에 상처를 입었을 때 나타난 상태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윤성효

#낙동강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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