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가 사는 풀옵션 원룸15㎡(4.5평) 풀옵션 원룸. 센 언니가 일하는 단칸방이다. 이곳에서 그는 '비정규직노동자의 집'을 짓기 위해 주춧돌을 모으고 있다.
정대희
처음엔 '센 언니'를 상상했다. 그를 따라붙는 꼬리말은 이랬다. '농성', '단식', '노동운동', '기륭전자', '비정규직'... 평범한 사람과는 동떨어진 단어다. 인터넷에 오른 사진은 더했다. 시위현장, 울부짖는 얼굴, 삭발한 머리, 깡마른 몸... 죄다 '센(?)' 장면들뿐이다.
지난 19일,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렸다.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 설명대로라면 '서울대입구역 5분 거리'에 센 언니의 집이 있다. 키 작은 주택들이 늘어선 골목길 중간, 그의 집을 발견했다. 빌딩숲에 가려진 동네다.
'202호' 센 언니의 집이다. 옆집도 숫자만 다를 뿐, 똑같은 현관문이다. 맞은편도, 그 옆도 판박이다.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가는 비좁은 복도. 다닥다닥 붙은 현관문이 여섯 개다. 풀옵션 원롬, 센 언니가 사는 집이다.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15㎡(4.5평) 원룸에 세간이 빼곡하다. 신발을 벗으니 주방까지 신발장이 됐다. 자리에 앉으니 어린 아이 한 명 누울 자리가 없다. 책상도 하나, 밥상도 하나, 이불장도 하나뿐인데 말이다. 몸 둘 곳을 찾지 못하자 웃으며, 그가 말했다.
"어서 오세요. 이리 앉으세요. 집이 좁지만 방은 뜨끈뜨끈합니다. 커피? 홍차? 어떤 걸로 드릴까요?" 김소연(46). 서울 한복판에서 이름을 부르면, 한두 명은 뒤돌아 볼 흔하디 흔한 세 글자다. 하지만 이름 뒤에 '기륭전자'를 붙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름이고, '비정규직'이란 낱말을 떠올리게 한다.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전 분회장.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의 집행위원. [이사람, 10만인]의 서른여덟 번째 주인공이다. 그는 <오마이뉴스>의 자발적 유료 구독자인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집 2 : 대리석 바닥] 광화문 한복판 빌딩서 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