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사람의 흔적을 찾아서 <심리부검>

자살자의 생전 심리 연구로 자살 예방 가능

등록 2016.02.26 20:02수정 2016.02.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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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IMF 이후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쓰게 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다리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번개탄 판매에 대한 규제가 검토되었으나 이는 자살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 치료에 대한 기피는 자살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정부의 정신질환 역학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를 살면서 1회 이상 앓는 비율이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항우울제 사용 빈도는 OECD 최하위에서 두 번째인 데다가 자살자 상당수는 아예 정신과 치료 자체를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우리 사회는 자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 번의 자살 시도도 심각한 수준의 질환이므로 첫 시도 당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자살 시도가 있었던 40명 가운데 정신 건강 의학과에서 충분한 진료를 받은 사람은 6명(15%)에 불과했다.' -본문에서

 <심리부검>
<심리부검>학고재
이런 상황에서 자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연구한 책이 등장했다. 서종한의 <심리부검>이다. 해군사관학교 심리학 교관과 경찰청 프로파일러로 재직한 저자는 보건복지부와 협력하여 자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심리부검 전문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은 죽은 사람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그 길이 적어도 나중에는 사람을 살리는 길로 변화되기를 바랐던 마음의 소산이다'는 말로 책의 의의를 설명한다.

통상적인 살인 사건에선 사망 원인을 찾기 위해 부검이 시도되지만, 자살에서는 자살자의 생전 심리를 연구하는 심리부검이 시도된다.

심리부검은 원래 미국에서 자살과 타살을 구별하기 위해 시도되었지만, 현재는 자살 예방을 위한 심층 조사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유가족의 심리 치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살자의 주변 사람들도 자살자의 생전 심리나 자살 징후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심리부검을 통해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조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자살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이 공동체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연대 의식이다. 자살도 암, 당뇨, 교통사고 못지않게 예방이 가능하다는 단순한 명제에서 시작한다면 의외로 쉽게 자살 예방에 대한 길이 열릴 수 있다.' - 본문에서

저자는 기본적으로 자살은 사회적 영향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며, 예방 가능하다고 본다. 자살의 원인이 단순한 충동이나 이상심리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책을 4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심리부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고, 2부에서는 실제 예화를 통해 자살에 대한 심층 보고를 전한다. 3부와 4부에서는 자살을 원인과 특징에 따라 유형화하고 자살자와 함께 발견되는 유서의 의미에 대해 논한다.


'그 무기력함에 빠져 들면 혼자 빠져나올 수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유심히 지켜보고 보살펴야 한다. 그리고 늦기 전에 손을 내밀어야만 한다.' -본문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심리부검에 대해 논한 책이다. 다시 말하지만 높은 자살율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자살자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직 심리부검에 대한 유가족의 인식도 좋지 않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높은 자살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살자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고 자살자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인정받기를 바란다.

심리부검 -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

서종한 지음,
학고재, 2015


#서종한 #심리부검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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