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부터 바뀌는 CJ CGV의 차등 요금제
CJ CGV
그런데 관람료를 나누는 이 기준이란 게 좀 애매하다. 서비스 측면에서 스크린을 보는 위치 말고는 좌석별로 딱히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대별로 어떤 차이점이 있지도 않다.
CGV 관계자마저 "상영관마다 좌석수와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극장 좌석의 위치란 게 중간 통로 외에는 특별히 구역이 나뉘어 있는 경우도 거의 없거니와 스크린의 크기에 따라서도 좌석의 가치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국에 100개가 넘는 CGV 극장(전체 3개 중 1개는 '위탁' 운영)이 있고 여기에 총 1000여 개 정도의 스크린이 있다는데(아마 상영관 형태도 제각각일 것이다), 과연 이 모든 곳의 수많은 좌석 관람료를 자의적이지 않게 제대로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부공사를 해서 운동경기장처럼 아예 구역을 나누든가 콘서트장처럼 위치에 따라 경험 수준이 크게 다르든가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영화 관람석을 이런 식으로 구분하고 요금과 연동시킨다는 게 영 어색하다.
CGV의 계획은 그저 시야가 상대적으로 좀 불리한 좌석에 대해 할인을 해주는 게 아니라, 아예 전체 좌석에 대한 요금 조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간단치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KTX와 같은 여타 할인 좌석은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만 할인이 되지만, CGV는 그냥 모든 좌석에 가치를 새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만약 바로 옆에 앉아서 보는데도 입장료가 다르다면, 관객은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할 수 있고 극장은 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시간에 따른 구분도 역시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영화를 보는 데 있어서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길래, 저렇게 3시간 또는 4시간으로 하루를 잘게 쪼개서 요금을 나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어차피 상영시간표는 극장에서 정하는 건데, 관객 입장에서 낮 12시 50분에 시작하는 영화와 13시 10분 영화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 게다가 요즘처럼 멀티플렉스의 '교차상영'이 빈번한 시대라면, 앞으로는 관람 시간 선택에 있어서 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들 알겠지만, 소위 말하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가 하나의 스크린에서 시간대를 달리해 교차상영되면 대부분의 경우 예술영화는 이른 오전이나 심야에 들어가고 상업영화가 낮 시간표에 배치된다.
그러면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특정 시간대를 찾아서 가야 하는데, 이때 역시 좌석별로 가격 차이가 날 수 있고 관객이 많든 적든 각자가 차등 관람료를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장 예술영화 관객과 상업영화 관객 모두의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람료 차별화, 실질적인 가격 인상과 관객의 선택권 제한우선, 소위 말하는 상업영화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이런 영화들은 좌석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일 텐데, 일반적으로 '좋은 자리'라고 생각하는 프라임존이나 스탠다드존의 좌석이 먼저 차게 된다. 좌석별로 관람료 차별화가 되기 전에도 그랬고, 아마 된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차피 즐거운 문화생활을 위해 영화를 보러 갔는데, 누구나 흔히 말하는 좋은 자리에서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애인이나 가족과 함께 극장에 와서 목 아프게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결국 좌석이 매진되지 않더라도, CGV는 기존에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던 좌석을 더 비싸게 팔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어차피 절대 다수의 영화는 많든 적든 빈자리가 있는 상황에서 상영하는데, 똑같은 좌석을 관람료 차별화를 통해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니까 실질적인 가격인상인 것이다.
이게 싫으면 이코노미존을 선택해야 하고, 심리적인 박탈감과 함께 극장 안에서의 보이지 않는 벽을 실감해야 한다. 이마저도 관람 시간에 따라서는 예전과 동일한 값을 치렀는데도 불구하고 일종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과연, 즐거운 영화관람이 가능할까?
다음으로, 비상업영화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게 참 고약해진다. (교차상영을 하든 하지 않든) 상대적으로 빈자리가 많은 이런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예매를 할 때도 좋은 자리를 선택하려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까지 비상업영화를 볼 때 정말 좋았던 점 중에 하나가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인데, 앞으로는 이것마저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게 싫으면 몇 개 있지도 않은 시네마테크로 향하거나, 낮은 등급의 좌석을 예매하고 관람 시 비싼 자리의 유혹과 눈치를 봐야 하는데, 과연 영화에 집중할 수 있을까?
거의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CGV의 관람료 차별화는 당장 3월 3일부터 시행된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서비스 측면에서 이전과 이후의 실질적 차이는 알려진 바 없다. 그저 요금제가 복잡해지면서 관객의 고민만 늘어났고, CJ는 가만히 앉아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을 뿐이다.
국내 1위 업체인 CGV가 이렇게 먼저 나섰으니, (헬조선의 다른 산업 행태를 무수히 봐왔듯이) 아마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도 유사한 요금제를 채택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그저 단합하는 게 나은 이유는 당연하게도 멀티플렉스 3사의 독과점 환경이기 때문이다.
수직계열화와 독과점 환경에서의 관람료 차별화는 횡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