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130억짜리 청사 추가건립 부결'의 의미는?

강재헌 의원 "의견수렴 소홀했다" 주철현 시장의 "진정한 ‘소통’이 필요한 여수시

등록 2016.03.02 14:02수정 2016.03.02 16:07
0
원고료로 응원
여수시 홈페이지 캡쳐 "시민 여러분이 시장입니다" "여수시 대표시장"
여수시 홈페이지 캡쳐"시민 여러분이 시장입니다" "여수시 대표시장"여수시청 홈페이지

여수시가 추가로 시청사를 지으려는 계획이 의회 반대로 무산됐다(관련 기사 : 180명 재배치위한 신청사건립안 부결). 이에 따라 당시 반대 의견을 밝힌 여수시 의회 경제건설위원장인 강재헌 의원(아래 '강 위원장')의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강 위원장은 안건 심의에 앞선 지난 2월 19일 제166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 나서 추가적인 청사신축을 반대했고, 집행부의 의견수렴 소홀을 지적했다. 지역 언론은 의견수렴 소홀이 작년의 '사립외고 설립추진' 때와 똑같은 '판박이'라고 보도했다. 강 위원장의 상세한 발언 내용을 통해서 '청사신축 부결'이 지닌 의미를 되짚어 보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여수시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여수시 청사 추가 건립 배경

여수시가 지난해 12월 돌산청사에 '도립여수국제교육원(가칭)'을 유치하기로 전라남도 교육청과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돌산청사에 근무하는 180여 명의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사무공간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건물 신축을 택했다. 여서청사 테니스장 부지에 130억 원짜리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을 더 짓겠다는 계획서를 낸 것이다.

돌산 청사에 들어설 여수국제교육원은 총 사업비 400여억 원이 든다. 전남도교육청 시설비가 200억이고, 여수시의 돌산청사 부지 무상 제공이 액수로 200억이다. 국제교육원은 전남권 교직원들의 영어교육 연수와 다문화가정 체험교육, 국제교류사업, 시민 외국어교육 프로그램 등의 운영과 함께 교육국제화특구 사업들이 추진된다.

본관(3층)과 기숙사 2동, 외국어전문 공공도서관, 전시관, 컨벤션홀, 체육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3개 부서에 4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연간 교육생은 4300명 정도다.

돌산청사 내년 6월까지 비워야 한다. (가칭)도립국제교육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돌산청사내년 6월까지 비워야 한다. (가칭)도립국제교육원이 들어설 예정이다김영희

여수시의회 강 위원장은 교육원 유치과정에서도, 또 새 청사 신축결정 과정에서도 각각 과정마다 집행부는 의견수렴에 소홀했다고 밝혔다.


"돌산청사를 국제교육원으로 임대 시 지역주민은 물론이며, 시의회 의장단에 약식 보고한 후 전체 의원에게 설명회도 하지 않고 슬그머니 넘어가서 여론몰이에 열중하고 있다."

"국제교육원 건립,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 추진"


시 계획대로 대체 청사 건립에는 130억이 소요된다. 문제는 과연 그만큼의 효과분석을 충분히 하고 결정했는지 여부다. 강 의원은 "국제교육원에 200억 원 상당의 돌산청사를 무상임대해 주는 대신에 시비로 1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청사를 신축할 만큼이나, 과연 파급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축안은 지난 2월 26일 시의회서 부결됐다.

강 의원은 "국제교육원 건립 업무협약을 하기 전에 유치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 추진한 사례"로 꼽았다. 국제교육원은 건립에 따른 부가가치가 높아 지자체에서 서로 유치하려고 하는 매력 있는 기관이 아니고, "교육부와 도 교육청에서 떠맡긴 것이기 때문에 어느 지자체도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남시의 '국립국제교육원' 행사 2015년 방한한 일본대학생 두번째 연수단
성남시의 '국립국제교육원' 행사2015년 방한한 일본대학생 두번째 연수단국립국제교육원

국제교육원은 현재 성남시에 있고, 여수시에 설립되면 전국에 두 번째다. 서로 다른 점이 있다. 성남은 '국립'이고, 여수시는 '도립'이다.

MOU 체결 당시 시 관계자는 "이번 국제교육원이 여수에 유치됨에 따라 교육 국제화 도시 선도 모델 창출과 시민 외국어 교육의 효율적 운영에 일조함은 물론, 인구 유입과 많은 교육생의 방문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필요한 사무공간, '신축'이 능사인가

여서청사 테니스장에 새 건물을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의견수렴은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 위원장은 시의 건물신축 계획에 대해 "치밀하고 계획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규모 인력 배치를 위해서는 집행부와 의회는 물론, 반드시 시민과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지역의 원로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이고 극히 소수 시민의견"에만 그쳤다고 말했다.

시장을 향한 쓴 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모든 행정의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있는 시장이 직접 그 해결 방안을, 행정 전문가인 2천여 시청 공무원이나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과 지역 균형 발전, 지역 비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현상적인 사실만으로 여수시 SNS를 통해 시민 의견을 구했다. 또, 충분한 토론과 연구 결과도 없이, 시민위원회의 발언과 다수 표결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발표를 하고, 의회에 안건을 제출했다."

 여수시의회 경제건설위원장 강재헌 의원(여천동) 지난 2월 19일 제 16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서고 있다.
여수시의회 경제건설위원장 강재헌 의원(여천동)지난 2월 19일 제 16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서고 있다.오병종

강 위원장은 시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는 선거 시기를 틈탄 특정 국회의원 후보가 주장하는 정치적 의도에 편승해 시민 의견을 구하고,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합리화시켰다는 오해를 갖게 할 수도 있으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선거법 위반과 행정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주철현 시장은 의회에서 표결 후 "안타까움이 있다. 시장이 제대로 안건을 내서 설명을 안 했냐고 질타하면서도 본회의에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런 의회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명예훼손 수준에 가깝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근무 숫자 늘려서 해결 될까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이명규 교수는 도시재생관련 토론회에서 '무분별한 택지개발'을 문제 삼았다. "도시 규모를 감안하지 않은 무분별한 택지개발로 이뤄진 신도시 건설은 기존 상권의 파괴와 기존 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올 게 뻔하다. '도시재생'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도시확장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쪽에선 도시재생을 한다면서 한쪽에선 지나친 도시개발에 나선 것은 넌센스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똑소리 닷컴' 한창진 대표는 여문지구 활성화가 안 된 이유를 단순히 2청사 근무인원이 줄어든 탓만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여문지구 후에  죽림지구 또 웅천지구, 다시 죽림 확장, 거기다 소제지구, 봉전지구까지 개발한다. 이런 식의 도시개발이면 상권분산은 필연적이다. 여문지구외에도 다른 개발지역도 앞으로 상권이 쇠퇴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여문지구 상권 위축은 근본적으로는 여수시의 주택 정책의 실패에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시에서는 지난 1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SNS을 통해 142명의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여서청사 부지활용 65명(45.8%), 1청사 부지활용 19명(13.4%), 박람회장 활용 17명(12%), 전남대 국동캠퍼스 활용 13명(9.2%), 여수고용노동지청 건물 임대 8명(5.6%), 구KBS부지활용 6명(4.2%), 기타 14명(9.8%) 순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142명이 분야별 대표성을 갖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령별, 직업별 등 무슨 근거로 의견을 수렴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여수시민협에서도 시의 SNS 조사방식에 문제점이 많다고 봤다. 이들은 직접 시민 대상으로 지난 2월 19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2시간) 여서동 송원백화점 앞과 신기동 부영 3단지 앞에서 여수시민에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130억'이 들어가는 추가적인 '신축 건물'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설문에 참석한 시민 대다수가 반대했다. 설문에 참여한 594명의 시민 중에서 무려 97%에 달하는 575명이 신축을 반대하였고 19명만이 찬성을 하였다. 지역별로도 별 차이 없이 여서동에서는 신축 반대 의견이 302명으로 96%에 달했고, 신기동은 273명으로 98%에 달했다.

1인시위  (사)여수시민협에서 2월 24일 압도적으로 반대한 '시민설문조사 결과표'를 들고 의회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1인시위 (사)여수시민협에서 2월 24일 압도적으로 반대한 '시민설문조사 결과표'를 들고 의회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오병종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박성주 시민협 사무처장의 얘기다.

"시민들이 청사 신축을 아무 의미 없이 반대한 게 아니다. 시민 97%가 시 청사 건물을 추가로 짓는데 130억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굳이 그럴 필요 있는가' 하고 반대한 것이다. 여수시가 했다는 SNS 조사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답변으로 선택할 내용 중에 '신축'이라는 단어도 없다. 소요될 막대한 '예산'도 전혀 언급이 없다. 그래서 저희가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해서 조사를 한 것이다. 여수시는 시민들이 왜 반대했는지 그 포인트를 잘 읽어야한다."  

이제는 여수시가 대안 찾아야

여수시는 임시회 의결을 앞둔 시점에서 시급히 '국제교육원 유치에 따른 돌산청사 직원 재배치 관련 시민단체의 청사 유휴 공간․임대방안 검토 미흡에 대한 여수시 입장'을 밝히면서 "성실하게 시민의견 듣고 결정했습니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에 대해서도 강 위원장은 여수시에서 '시민위원회'에 정확한 정보와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것으로 여겼다. "여수시가 1청사에 추가로 지을 경우에는 청사 보유면적 초과에 따른 보통교부세 삭감과 에너지 절감시책 초과로 20여억 원 상당의 인센티브 삭감 등 매년 26~27억 원의 페널티를 받는다. 하지만 2청사는 그런 페널티 대상이 아니란 점만 강조하여 '시민위원회'의 거시적 판단을 흐리게 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사)여수시민협은 이번 임시회를 마친 총평에서 "아직 교육부의 최종 승인도 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청사신축 계획안부터 올린" 성급함을 지적했다. 또한 "신축 외에도 여러 가지 대안을 찾을 수 있는데 진지한 심의과정도 없이 막무가내로 신축을 고집한 행정부"를 질타했다. 아울러 "신중하지 못한 일처리 때문에 지역갈등만 불거지게 한 행태로 지적 받아 마땅"하다며, 시책을 펼치는데 있어서 객관적 기준제시를 주문했다.

"여수시는 청사를 신축하겠다는 방향을 미리 설정해두고 그것이 마치 시민 다수의 의견인 양 의회에 안건으로 제출한 것에 대해 반성하여야 한다. 앞으로는 주변의 일부 시민이 아닌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한다."

이제 여수시는 사무공간을 찾아야 한다. 강 위원장은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다. "객관적인 측면에서 우선 1청사 내 여수문화홀, 교통관제센터, 3층 회의실, 구 보건소, 신 보건소 청사 등을 활용"하거나, "27개 행정동의 부분적 통폐합 가능성도 검토하고, 여수문화홀 지하실을 개조해 자료실, 창고 등으로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서동에 사는 시민 김아무개씨도 "여문지구 활성화를 염두에 둔다면 여서청사 건립이 부결됐으니, 여서동이나 문수동에서 일반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선택은 여수시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게재합니다
#청사신축 부결 #돌산청사 #도립국제교육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