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핑크시티' 궁전의 구석구석을 거닐다

[북인도 라자 문화기행 ⑦] 암베르성

등록 2016.03.03 13:28수정 2016.03.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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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용 마차.
사원용 마차.이상기

인도 국립박물관 내부 정원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유리에 둘러싸인 커다란 마차가 보인다. 이것은 비쉬누신에게 바쳐진 사원용 마차(Temple chariot)로, 남인도 타밀나두주 쿰바코남(Kumbakonam)에서 가져온 것이다. 바퀴가 여섯 개 달린 19세기 중반 작품으로, 축제 때 비쉬누신을 싣고 시내를 순회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무게가 2.2t이나 나가는 거대한 마차로, 외곽 패널에 비쉬누와 그의 부인 락슈미 관련 조각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국립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식당으로 가 탄두리 치킨을 먹는다. 그리고 바로 델리 남서쪽에 있는 자이푸르(Jaipur)로 향한다. 델리에서 자이푸르까지의 거리는 270㎞이며, 버스로 5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이푸르는 델리, 아그라와 함께 무굴 제국시대 발달한 도시로 유명하다. 이들 세 도시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이푸르를 본 다음에는 아그라로 향할 것이다.


 토목과 건축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구르가온
토목과 건축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구르가온이상기

델리 외곽으로 나가면서 처음 나타나는 도시가 구르가온(Gurgaon)이다. 구르가온은 1970년대부터 도시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델리의 위성도시로, 산업과 경제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외국계 다국적 기업의 인도 지사가 250개 이상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선지 업무용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계속해서 빌딩 신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르가온은 델리에서 전철로 연결되고, 기차는 델리에서 구르가온을 거쳐 뭄바이까지 연결된다. 델리-자이푸르를 잇는 8번 고속도로가 이곳을 지난다.

우리는 이 고속도로를 따라 자이푸르로 달려간다. 고속도로 주변은 아주 단조롭다. 끝없이 넓은 평원과 주택이 이어진다. 평원에는 유채꽃이 만발해 있고 가끔 양이나 젖소 같은 가축들을 볼 수 있다. 집은 대부분 벽돌집으로 아주 건조해 보인다. 계절이 건기라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중간에 요금을 받는 톨게이트가 있고, 새로 조성중인 산업단지들도 보인다. 대표적인 곳이 길로트(Ghiloth), 넴라나(Neemrana)이다.

 자이푸르 가는 길의 유채꽃
자이푸르 가는 길의 유채꽃이상기

우리는 델리에서 130㎞쯤 떨어진 베로(Behror) 인근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야자수, 부겐빌리아 등으로 정원을 아주 잘 꾸며 놓았다. 휴게소 건물도 아주 깨끗하다. 이곳에서 나는 인도와 라자스탄 그리고 자이푸르를 소개하는 책자를 몇 권 살펴보았다. 영어와 힌디어로 된 책들인데, 생각보다 발행한 지가 오래된 책이 많았다. 책이 잘 팔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중 델리와 아그라 그리고 자이푸르를 소개하는 '눈으로 확인하며 여행하기(Eyewitness Travel)' 책자가 마음에 들었다.

오후 6시쯤 되자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우리 버스는 우다왈라(Udawal)를 지난다. 지금까지 평원을 달렸다면, 이제부터 야산이 보이고 낮은 고갯길도 나타난다. 이를 통해 자이푸르 지역이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자이푸르는 해발이 430m 정도로, 해발이 230m 정도인 뉴델리보다는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한 전략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후 7시 30분경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푼다.

코끼리를 타고 암베르성으로...


 암베르성에서 바라 본 자이가르성
암베르성에서 바라 본 자이가르성이상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자욱하다. 호텔 주변에 조성된 멋진 정원에는 꽃들이 가득하다. 따뜻한 남쪽 나라답게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오전 7시 30분 호텔을 나선다. 아침 일찍 암베르성(Amber Fort)을 보기 위해서다. 암베르성은 자이푸르의 만리장성으로 불린다. 그것은 자이푸르에서 북동쪽으로 11㎞ 떨어진 칼리코(Kalikoh) 언덕에 궁전을 짓고, 그 외곽 산등성이를 따라 성을 둘렀기 때문이다.

암베르성은 아래쪽 마오타(Maota) 호수, 언덕 위의 암베르 궁전, 그리고 산 위의 자이가르(Jaigarh)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아메르(Amer) 도로를 따라 마오타 호수를 지나간다. 호수 안에 건물이 보이는데, 그것이 딜라람(Dilaram) 궁전과 케사르 카아리(Kesar Kyari) 정원이라고 한다. 길에서는 내부가 잘 안 보인다.


 코끼리 타고 암베르성 오르기
코끼리 타고 암베르성 오르기이상기

우리는 버스에 내린 다음 암베르 성으로 올라가기 위해 코끼리 탑승장으로 간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관광객, 호객꾼, 장사꾼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코끼리 탑승장 앞에 줄을 선다. 계단을 따라 탑승장으로 올라간 다음 높은 곳에 대기하고 있으면, 등에 안장을 설치한 코끼리가 관광객을 태우는 형식이다. 코끼리를 끄는 마부가 있고, 관광객 2명이 네모난 안장에 타면 출발한다. 마부는 안장 가장자리 지지대를 꼭 잡을 것을 당부한다.

코끼리의 덩치가 크고 몸무게가 나가선지 안장의 움직임이 큰 편이다. 그리고 암베르성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어서 조심해야 한다. 암베르성은 호수보다 120m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높은 곳에 위치할 뿐 아니라 경사도 심해 길이 ㄱ자 형태로 꺾여 있다. 이곳을 걷거나 코끼리를 타고 올라가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코끼리 위에서 보니 저 아래로 호수 속 궁전과 정원이 보이고, 저 위로 암베르 궁전의 성벽이 보인다. 핑크시티라는 이름과는 달리 성벽이 갈색으로 칠해져 있다.

 암베르성 외벽
암베르성 외벽이상기

암베르성은 미나스(Susawat Minas) 왕족의 수도로 처음 건설되었다. 이웃하고 있던 카츠와하(Kachhwaha) 왕국의 라자 카킬(Raja Kakil)이 12세기 초 암베르성을 정복하고 이곳을 수도로 삼았다. 그 후 28명의 왕이 600년 동안 이곳에 거주했다. 암베르성을 현재의 모습으로 짓기 시작한 것은 1592년 만 싱 1세(Man Singh I)에 의해서다. 그리고 자이 싱 1세(Jai Singh I: 1611~1667) 때인 1600년대 전반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암베르성은 1727년 사와이 자이 싱 2세(Sawai Jai Singh II)가 자이푸르에 새 수도를 건설하면서 별궁으로 사용되었다. 암베르성과 카츠와하 왕국이 인도 역사 속에 부각된 것은 라자 바르말(Raja Bharmal) 때다. 그는 1562년 자신의 딸인 조다 바이(Jodha bai)를 무굴제국 황제인 악바르에게 시집보냈다. 1569년 그녀와 악바르 사이에서 왕자인 무함마드 살림(Muhammad Salim)이 태어났고, 1605년 살림이 무굴제국의 제4대 황제 자한기르(Jahangir)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라자스탄 왕국은 무굴제국의 외척으로 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암베르성 궁전 하나하나가 보물이다

 궁전에서 내려다 본 잘렙 광장
궁전에서 내려다 본 잘렙 광장이상기

코끼리는 암베르성 동문인 수라지 폴(Suraj Pol)로 들어간다. 동쪽으로 태양이 떠오르기 때문에 태양신 수리야를 문 이름에 붙였다. 암베르성에는 공식적인 문이 동쪽과 서쪽에 두 개 있으며, 서쪽문이 찬드 폴(Chand Pol)이다. 찬드는 달신 찬드라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코끼리를 타고 암베르성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동쪽 수라지 문으로 들어가고, 지프를 타고 암베르성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서쪽 찬드 문으로 들어간다.

코끼리를 내리면 잘렙(Jaleb) 광장이다. 이곳은 궁전의 광장 겸 운동장으로 코끼리와 말 등 탈 것이 대기하고, 왕이 군대를 사열하는 장소다. 암베르성은 크게 네 개의 광장과 정원이 있다. 동문과 서문으로 감싸고 있는 잘렙 광장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벽을 따리 일부 건물이 붙어 있다. 그러나 광장 내부에는 나무만 여러 그로 심어져 있을 뿐 특별한 건물이 없다.

 공식 접견소 디완 이 암
공식 접견소 디완 이 암이상기

여기서 남쪽으로 외벽이 계단을 지나 안쪽 문으로 들어가면 만 싱 궁전이 나온다. 만 싱 궁전은 외궁과 내궁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궁은 코끼리 문으로 일려진 가네쉬 폴(Ganesh Pol) 바깥 쪽, 공식 접견소(Diwan-i-Aam)가 있는 공간이다. 내궁은 가네쉬 폴 안쪽, 사적 접견소((Diwan-i-Khas)와 쾌락의 정원(Aram Bagh)이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내궁 안쪽으로 또 다른 성벽을 사이에 두고 정자 형태의 바다나리(Badanari) 광장과 여성들의 공간인 제나나(Zenana)가 있다. 제나나는 아랍어로 하렘(Harem)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우리는 먼저 외궁으로 들어가 공식 접견소 디완 이 암을 살펴본다. 건물 안에 대리석 기둥이 다섯줄로 늘어서 있다. 그 안 홀에서 왕이 대중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건물 안쪽으로 방이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개개의 민원이 이곳에서 논의되고 해결되기도 했을 것이다. 디완 이 암 이층에는 갤러리가 있어, 공식 행사를 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대리석 홀이 있는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다오

 가네쉬 폴의 코끼리 장식
가네쉬 폴의 코끼리 장식이상기

우리는 이제 가네쉬 폴을 지나 내궁으로 들어간다. 가네쉬 폴은 1640년에 건설된 2층짜리 이중문이다. 외문이 2층 높이고, 그 안에 1층을 통과하는 문이 있다. 2층 벽에는 코끼리 장식이 있어 가네쉬 문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문 주위 벽에는 식물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2층과 3층 벽에는 벌집 문양의 창이 있어 안쪽에서 바깥쪽을 내다볼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바깥에서는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없다.

가네쉬 문을 들어선 우리는 건물 왼쪽에 있는 사적 접견소인 디완 이 카스로 간다. 이곳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홀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격자창, 식물 문양이 새겨진 천정, 대리석 부조, 유리를 붙인 벽 등이 어우러져 마치 천국을 연상케 한다. 이곳에서 왕은 관리를 만나고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등 내정과 외교 문제를 처리했다. 이 홀은 쉬시 마할(Sheesh Mahal)이라 불리는데, 그것은 거울로 치장된 궁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곳은 자이 싱에 의해 건설되어, 자이 만디르(Jai Mandir)라 불리기도 한다.

 쉬시 마할의 꽃 장식.
쉬시 마할의 꽃 장식.이상기

이곳에서는 동쪽 격자창을 통해 마오타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리고 궁전 앞 서쪽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져 있다. 만 싱 궁전 전체에서 건물과 정원이 잘 어우러지고 전망까지 가장 좋은 곳이 자이 만디르다. 아람 박으로 알려진 정원은 6각형의 분수 주변에 나무를 심은 다음 인위적으로 조경을 했다. 이 건물 2층에는 자스 만디르(Jas Mandir)라 불리는 또 다른 홀이 있다. 이곳은 왕의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자스 만디르를 보고 나면 길은 가네쉬 홀로 이어진다. 이곳 역시 내부가 대리석이며, 그곳에 새겨진 조각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이곳에는 북쪽으로 벌집 모양의 격자창이 나 있어 왕비와 궁녀들이 외부를 내다볼 수 있다. 특히 가운데는 앉아서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아치형의 큰 구멍을 냈다. 이곳에서는 잘렙 광장까지 훤히 내다 볼 수 있다.

 바다나리 정자가 있는 광장
바다나리 정자가 있는 광장이상기

우리는 이제 내궁의 서쪽에 있는 수크 마할(Sukj Mahal)로 간다. 수크 마할은 기쁨의 궁전이라는 뜻으로, 물을 이용해 여름에 내부를 시원하게 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물이 정원으로 흘러들어 식물들에게 생명수 역할을 한다. 이처럼 물을 인위적으로 궁전에 끌어들여 낙원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슬람 건축의 기본 콘셉트이다. 이곳 내궁을 보고 난 우리는 궁전의 가장 안쪽 광장에 있는 정자 바다나리에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는 궁전 서쪽으로 나 있는 길을 통해 찬드 폴 쪽으로 나간다. 그곳에 지프차가 기다리고 있다.
#암베르성 #자이푸르 #코끼리 #대리석 궁전 #거울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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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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