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문제가 제기된 OT 프로그램 관련, 건국대학교 '대나무 숲' 페이지 게시글.
건국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명백한 성폭력이었다. 필요한 조치는 징계 그리고 교육이었다. 학교 안의 성인지적 감수성이 부족하고, 학생사회 내 성폭력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모자란 것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런데 학교는, OT와 MT를 없앴다. 아주 한국적으로다가.
건국대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본교 생명환경과학대학 신입생 수련회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을 끼쳐드려 깊이 사죄드린다"며 "학생회 주관 신입생 교외 OT를 전면 폐지"할 뿐 아니라, "학과 단위 모든 교외 MT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수학여행을 없앰으로, 해경을 해체함으로 앞으로 세월호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똑같은 질문이다. MT와 OT를 없앴으니, 이제 술자리에서의, 대학 내에서의 성폭력적 문화가 사라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해결책은 명백하다. 다른 의미로, 근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학여행을 가다 사고가 났다면 수학여행이 아니라 사고를 없애야 한다. 해경이 무능했다면 해경이 아니라 무능을 없애야 한다. 학교 행사 중 건물이 붕괴되면 행사를 없앨게 아니라 건물이 붕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OT에서 성폭력이 일어났다면 OT가 아니라 성폭력을 없애야 한다. OT를 없앤다면, 성폭력은 OT가 아닌 다른 곳에서 똑같은 얼굴을 하고 다시 나타날 뿐이다. 물론 이것은 어려운 방법이다. OT와 MT를 없애는 일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더디게, 서로 충돌하고, 또 부딪히면서 만들어진다. 앞서 말했듯, 여기에는 성인지적 감수성, 또 성폭력에 대한 오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장미칼 무 썰 듯'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문화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만들어 줄 수 없는 것이다. 학생회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학생들의 자치권을 빼앗음이 아니라, 자치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지원하며 또 기다릴 때에 학내 성폭력은 조금씩, 또 천천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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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OT 폐지', 그런다고 성폭력이 없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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