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사진가 박용훈 씨가 모래의 입자가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들과 함께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예천군 보문면의 우래교 아래의 내성천이다. 이곳은 아직은 일부 모래톱이 살아있는 곳으로, 영주댐 공사 전의 내성천의 모습을 그나마 느껴볼 만한 공간이다.
온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이고, 차량은 거의 다니지 않아 야생동물들이 많이 출몰하는 곳이기도 하다. 모래톱에 식생(풀)이 많이는 들어오지 않아 내성천 진면목의 일단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천히 내성천의 모래톱을 거닐며 맑은 물과 모래가 흘러가는 내성천의 모습을 확인하고, 수달이 싸놓은 배설물도 함께 확인해본다. 모래가 점점 빠지면서 완전한 물길이 생겨버린 것과 모래 입자가 거칠어져 버린 안타까운 모습도 함께.
'용의 혈자리'에 들어선 댐, 과연 안전할까?일행은 영주댐 현장도 함께 둘러봤다. 댐 본체는 거의 완공이 돼 있고, 막바지 주변 정리작업이 한창이었다. 거대한 댐이 들어선 이곳은 내성천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곳 중의 하나다. '운포구곡(雲浦九谷)'이라고 명명된 아홉 구비 아름다운 골짜기 중의 하나인 이곳에 댐이 들어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지명이다. 이곳 지명은 용혈리(龍穴里)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의 모습이 '거대한 용의 형상'이고, 그중에서도 핵심 혈자리인 곳에 댐이 들어선 것이다. 풍수지리를 들먹이지 않고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위태로워 보인다.
▲SOS 내성천, 내성천 살려내라! 활동가들이 영주댐 건설 현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용혈리에 들어선 영주댐을 등 뒤에 두고 준비해온 현수막을 펼쳤다.
"SOS 내성천!", "STOP BARAM DAM!" 그리고 일행은 마을 전체가 수몰되는 일천 년 전통마을이자 물돌이 마을인 금강마을이 훤히 보이는 곳에 섰다. 발아래로 금강마을 전체가 조망된다. 그런데 집이 하나도 없다. 모두 이주하고 집터마저 모두 뜯어버린 뒤였다.
2014년 뒤늦게 시발굴되어 마을의 역사를 일천 년 전까지 끌어올렸던 고려 시대 절터인 금강사 터 또한 다시 매립되어 보이질 않는다. 휑한 마을 길만이 그곳이 마을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댐 건설은 가장 소외된 사람에 심각한 영향 준다"영주댐으로 인해 금강마을 20가구를 비롯하여 511세대 1500여 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2000년 6월 동강댐 백지화 선언 뒤 댐 건설이 거의 없었던 그간의 역사를 생각할 때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는 이미 댐의 시대와 작별을 고하고 있는데, 이 땅에서는 아직도 1500명의 수몰민이 생기는 이 현실만 보더라도 이 나라 역사는 거꾸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피터 칼랑은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세계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0년 동안 대형댐 건설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적게는 4천만에서 많게는 8천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선(先)주민, 전통부족, 농업공동체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댐 건설로 실향민으로 전락한 수많은 사람이 입은 경제적, 문화적, 심리적 피해는 엄청납니다. 이런 점에서 이러한 댐 건설은 가장 취약하고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천년 역사의 전통마을이자 물돌이마을인 금강마을의 집들이 모두 소개된 채 마을이 있었던 흔적이라곤 휑한 마을길뿐이다. 뒤로 영주댐이 보인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경북 북부의 골짜기 마을인 영주시 이산면과 평은면 두 개 면이 영주댐 건설로 사라졌다. 피터 칼랑의 말처럼 실향민으로 전락한 이곳 사람들에게도 댐은 경제적, 문화적, 심리적으로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
"대형 댐 건설이야말로 생태계 파괴, 민족문화 파괴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아이러니하게도 환경과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할 정부 또는 기관이 바로 이러한 파괴적 댐 건설을 주도하거나 승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팽배해 있습니다. 흔히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위한 것으로 정당화되는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환경과 사람, 특히 문화적 유산이 파괴되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선주민들입니다."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이들은 뿌리 뽑힌 나무와 마찬가지 신세가 아닐까? 뿌리 뽑힌 채 어딘가로 이식하겠지만 이전처럼 완전히 자라기도 어렵고, 자칫 살아가기 힘들 수도 있다. 그 일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피터 칼랑은 묻고 있다.
내성천의 국가 명승지, 선몽대와 회룡포 일행은 영주댐 건설 현장을 떠나 하류로 향했다. 내성천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성천은 경관미가 아주 뛰어난 강이기도 하다. 국가명승지가 두 곳이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성천의 가치를 잘 말해준다. 바로 국가명승 19호 선몽대 일원과 국가명승 16호 회룡포가 그곳이다.
▲영주댐 건설 전의 국가명승지 선몽대 일원의 모습. 명사십리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박용훈
▲영주댐 건설 후의 국가명승지 선몽대 일원의 모습. 명사십리의 모래톱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풀밭이 되어버렸다. 2015년 9월의 모습.
정수근
'명사십리'란 말이 어울리는 맑은 깨끗한 모래톱과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물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은 경관미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이곳이 국가명승지가 된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영주댐 건설이 진행된 지금은 그 넓은 백사장엔 식생(풀)이 완전히 들어와 차버렸다. 초입의 솔숲이 없다면 이곳이 국가명승지 선몽대인지 풀밭이지 도통 구별할 수가 없다.
국가 명승지임에도 국토부에서는 멀쩡한 자연제방을 손을 대 완경사 제방으로 만든다고 토건공사를 벌이고 있다. 국가명승지에 대한 아주 작은 배려조차 없는 정부라는 생각이 든다. 일행이 들고 간 플래카드 "SOS 내성천!"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성천을 살려내라!"
▲풀밭으로 변한 내성천 선몽대에서의 퍼포먼스. 내성천을 구해주세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일행은 마지막 행선지로 향했다. 내성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미를 자랑하는 곳 바로 국가명승지 16호 회룡포다. 이곳은 감입곡류 지형과 사행하천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360도 회 돌아가는 물길과 그 안의 마을이 빚어놓은 풍광은 절경이다. 전망대에 서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내성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삼강 합류부 바로 직전에서 큰 용트림을 하듯 크게 한번 굽이치는 곳이 바로 회룡포이다. 그러나 이곳 회룡포조차도 많이 변했다. 모래는 1m 이상 빠졌고 모래톱은 식생(풀)이 들어와 차면서 백사장을 점점 잠식하고 있다.
▲맑은 모래톱과 강물이 물돌이마을인 회룡포마을과 조화를 이룬 절경. 2009년 9월의 모습.
정수근
▲영주댐 건설후 모래톱에 식생(풀)이 들어와 말라죽은 모습이다. 식생의 면적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국가명승지 회룡포의 명성이 빛을 바랜다.
정수근
아직 늦지 않았다, 내성천을 지켜야 한다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영주댐이 완공된 것도 아니고, 담수가 시작된 것도 아니다. 댐은 지어졌으나 아직은 물을 채우지도 않았다. 내성천의 가치가 더 큰 것일까? 영주댐의 가치가 더 큰 것일까? 지금부터 다시 꼼꼼히 생각해보자.
영주댐의 주목적은 낙동강 보에 물을 채우기 위함이다. 즉 마지막 4대강 공사로 운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댐으로 보인다.
운하는 이미 포기했다고 정부에서 말한다. 그렇다면 목적이 사라진 댐이다. 목적이 사라진 댐을 위해 우리 강의 원형을 간직한 강이자 완벽한 생태계를 간직한 국보급 하천을 수장시킬 수는 없다. 영주댐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내성천 구해달라! 회룡포 전망대에서의 퍼포먼스!
대구환경운동연합
▲내성천 무섬마을 외나무다리에서의 퍼포먼스. STOP DAM!!!
대구환경운동연합
국가명승지를 두 곳이나 간직한 강이면서, 각종 멸종위기종 동물이 사는 내성천. 완벽한 생태계의 보고 내성천 같은 강 하나 정도는 이 나라가 보존할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내가 사는 사라왁주는 열대우림이고 (내성천처럼) 생물 다양성도 풍부하다. 그곳에 바람강이 흐른다. 기본적으로 모든 강은 파괴돼선 안 된다. 강은 기후변화도 막아내고, 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야생생물의 서식처이자 우리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강은 절대 파괴돼선 안 된다… 강살리기 네트워크 결성 이유가 자연의 동식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같이 나서야 한다. 지구가 더 있는 것도 아니고 단 하나뿐이기 때문에 지금 이 지구를 지켜내지 못하면 여분의 지구는 없다. 그러므로 자연을 지켜야 한다." 피터 칼랑의 발언이야말로 내성천이 댐으로부터 파괴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 '여분의 지구'는 없다.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은 온전히 보존되어야 한다.
'세이브 리버스'(SAVE Rivers)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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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리버스'(사라왁 강살리기 네트워크)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의 대형댐 건설에 반대해 2011년 10월에 결성된 비정부 시민단체이다. 사라왁 주정부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이 지역에 12개의 수력발전용 대규모 댐을 포함해 최대 52개의 수력발전용 댐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라왁 강살리기 네트워크는 이러한 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세이브 리버스'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의 발로 지역과 롱리암 지역에서 건설 예정이었던 대형 댐들을 막았다. 댐이 건설되었다면 수몰되어 강제 이주될 위기에 있었던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내었다. 이와 같은 '세이브 리버스'의 사례가 '환경이 곧 인권'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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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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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환경운동가 "내성천 죽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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