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기 마지막 과정. 숯과 붉은고추, 깨를 정성스레 띄워야 장담기가 끝이 난다.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옛날이는 환갑만 넘으믄 며느리 들여서 다 맡겼는디, 요새 세상은 누가 이런 거 배우간? 늙은이 입맛이 다 돼서 장 담궈도 맛이 읍서."
"어머니 장맛이 최고"라며 며느리가 아무리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도 어머니는 믿지 않는 눈치다.
"지금 했어두 내년 봄인 또 어뜨케 했드라, 한참 또 밤새 생각혀야 혀. 니가 찬찬하게 배우야지. 얘, 인제 된거 같지?"드디어 항아리 속에 잘뜬 메주가 앉혀지고, 소금물이 부어진다. "요새 소금은 옛날 같지 않게 깨끗혀서 소쿠리에 굳이 받히지 않아도 돼여" 하시면서도 어머니는 새댁 적부터 써온 대나무 소쿠리를 항아리 위에 올려 놓는다. 넉넉히 여섯되의 소금을 머금은 열두 양동이의 물이 항아리에 꼭 맞게 들어찬다.
"메주가 잘 뜨네. 올해 첨이여. 이렇게 한 번에 척 뜬게.""어머니, 제가 해서 그래요.""그려. 올해는 에미가 해서 더 맛있것다." 겨우 항아리에 소금물을 부었을 뿐인 며느리의 호언을 어머니는 또 그렇게 너그럽게 받아 주신다.
참나무숯 세덩이와 마른 고추 다섯개, 통깨그릇을 갖고 나오신 어머니 "숯으로 부정한 거 제거하구, 고추처럼 매콤허구 칼큼허구, 깨소금처름 고숩게" 주문을 외듯 빨갛고 검고 흰 것들을 메주 위에 보기좋게 띄우신다.
이윽고 뚜껑이 덮이고, 항아리 몸을 닦는 어머니의 손길이 부드럽다.
"인자 스무날쯤 넘으믄 바위옷이라구 입어. 그런거 입으며는 얼추 익었구나 허구 한달되믄 건져서, 치달여서, 제 멀국 붜서 된장으루 맨들구, 간장두 담구 그러지. 그때 또 오너라 잉?"단단히 다짐 받으신 어머니, 겨우 한시간 남짓 구경하듯 있던 며느리에게 상을 주시듯 묵은된장항아리를 열고 그릇에 옮겨 담으신다.
"이게 재작년거여. 작년거는 안직 안헐었어. 1년되믄 먹는 사람들도 있다드만, 우리는 묵혀서 먹으야지, 안묵히구 먹으믄 들 개운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