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승민 의원 지역구 공천을 포함한 20대 총선 공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희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유승민 의원을 공천하지 않을거라면 유 의원의 지역구를 '무공천'으로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천 미정 지역인 대구 동을에 대해 공관위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청 지역으로 결정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에 이 사항을 밝히는 것은 (유승민 의원이) 출마하려면 오늘 12시까지 탈당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중의적인 제안이었다. 우선, 경선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대구 동을에 유 의원 아닌 다른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 지역엔 '진박(眞朴)' 후보로 분류되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유 의원의 경쟁자로 있다. 또 공관위가 더 이상 시간을 끌면서 유 의원의 출구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날 YTN과 한 인터뷰에서 "탈당하는 사람에게나 오늘이 공천심사의 마지막 날"이라며 "유 의원 스스로 결정하는 게 도리"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유 의원이 먼저 자진탈당 혹은 불출마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무공천이라도 해라"라고 유 의원에게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앞서도 그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의원을 공천하는 게 옳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공관위에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대구 동을에) 공천하면 거부할 것인가"란 질문에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무공천 지역으로 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라고 답했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유 의원 대신 공천하는 것을 '합당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것이다. "(공천심사안에) 도장을 찍지 않는다는 뜻인가"란 질문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현재 의결을 보류시킨 네 지역(서울 은평을·서울 송파을·대구 동갑·대구 달성군)에 대해서도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과)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계속 논의하겠다"라면서 "아침에도 (이 지역의 공천) 내용은 당규 위배라고 생각한다, 표결논의가 있었지만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라고 답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번 대구 동을만 남겨둔 채 마무리된 이번 총선 공천 결과가 앞서 '정치개혁'으로 선전했던 상향식 공천제를 100%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사과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우리 정치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길이다 생각하고 당헌당규 개정작업까지 끝내서 실천하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 국민 여러분 앞에 사죄 말씀을 구한다"라고 말했다.
또 "꼭 경선을 했어야 하는 곳이 161곳이고 경선을 실시한 지역이 141곳으로 경선지역 비율이 87.5%가 됐다"라며 "국민 여러분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 한 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한다, 다음 선거에선 이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