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의 말에 우리 가족은 모두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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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는 집안 식구들의 안녕과 아들·손주가 건강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절에 의지하신 기간이 길었다. 그때 이런 일이 있었다. 덕이가 아마도 6살 때였을 것이다. 그때에도 우리 가족은 절을 방문했고, 주지스님의 차 대접을 받고 있던 중에 한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덕이는 일반 사람처럼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절에 두는 것이 어떠십니까?"그 사찰은 그렇지 않아도 어느날부터인가 부모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한두 명씩 모이더니 아이들이 머무는 곳이 따로 있을 정도가 됐다. 그맘때 텔레비전에 나오기도 했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그 자리에서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아닙니다, 우리가 키워야지요"라고 답하셨다. 나 또한 덕이를 어떻게 돌보고 키워야 할지 앞일을 예측할 수 없었지만, 덕이를 그곳에 두는 것보다는 친부모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키워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우리는 그곳의 일정을 마친 후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덕이가 좋아할 만한 동요가 흘러나왔다. 그 동요 말고는 서로 아무말 없이,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5시간에 걸쳐 집으로 돌아왔다.
이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지금도 퇴근하는 덕이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우연이랄까. 또한 덕이가 이렇게 기대 이상으로 잘 성장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나와서 일 수도 있다.
고모 : "덕이 말을 듣고 보니 그렇구나~.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내가 올게, 대신에 이러면 어떨까?"
덕 : "무엇을?"
고모 : "내가 평소처럼 하는데 혹시라도 너가 정시에 퇴근할 때는 퇴근차 타고 제일호텔주차장까지 오는 건 어떠니? 그러면 거기에서 내가 태우고 가면 집회 시간도 늦지 않고 갈 수 있으니까."
나도 내가 원하는 바에서 바로 물러나지 않고, 최대한 타협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덕 : "확실하지 않잖아."
고모 : "그러니까 오후 3시 30분까지는 정시 퇴근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 내게 카톡으로 말해주면 될 것 같은데. 어차피 나도 덕이 태우러 오기 위해서는 오후 4시까지 일을 마치고 그 후로 출발해서 오는 거니까."
덕 : "알겠어. 그렇게 할게."
고모 : "이해해줘서 땡큐. 덕아~. 지금 덕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동시에 이뤄졌구나. 기쁘다. 그리고 이런 대화가 좋아."
우리 둘은 이런 대화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런 시간 역시 필요하다. 덕이가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그리고 겸손한 태도로 말하는 게 그중 으뜸으로 기분이 좋다.
봉사활동 갔다가 민망함 겪은 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