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416교과서' 관련 공문
4.16 교과서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전교조가 <416교과서>를 발행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416교과서> 사용 금지를 명하는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다시 '교과서'를 둘러싼 교육부와 교육단체 간의 힘겨루기와 진실공방이 펼쳐질 양상이다. 진실을 알기 위해 <416교과서>를 세밀하게 읽어보았다.
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의 국정교과서를 풍자하는 작품으로 '내 무거운 책가방'이란 시가 있었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 이루어지고 현실을 풍자 교육이 이루어진 시대에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시다.
내 몸집보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나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성한 다리를 절룩거리며,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아주 공갈 사회책따지기만 하는 산수책외우기만 하는 자연책부를 게 없는 음악책꿈이 없는 국어책무엇이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니?(중략)얼마나 더 많이 책가방이 무거워져야얼마나 더 많은 것을 집어넣어야나는 어른이 되나, 나는 어른이 되나?(내 무거운 책가방, 김대영)교직 경력이 짧은 교사들에게는 매우 낯선 시다. 수능 이후 교과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 중이지만 교과서에 대한 이 정도 수준의 비판적 의식을 낯설게 경험한 적은 많지 않으니까.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내용만 가르치는 검인정 시대지만 교과서는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 그 무게감이 적지 않다.
교과서라는 무게감을 살리고자 함인지 전교조에서 세월호 2주기를 맞아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란 이름의 교육자료집을 발간했다. 교과서라 하지 않고 교육자료집이라 명명한 이유는 이 책이 우리가 흔히 아는 국정, 검인정 체제의 심사를 통과한 정식 교과서가 아니라 교사들의 세월호 계기 수업을 돕기 위한 교사용 지침서라는 뜻이다.
전교조가 창립된 1989년 나는 사학비리와 안종훈 교사 파면 및 직위해제로 불명예를 안고 있는 동구여중 교사였다. 당시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발간한 <중학교 1학년을 위한 교사지침서>라는 책을 활용했다가 교장실에 불려가 상처를 받아 학교를 옮긴 경력이 있는 내게 '교사용 지침서'라는 말은 남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군인통치 시절과 다름없이 교육부가 <416교과서>에 대해 사용금지라는 강력한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공문을 살펴보니 교육부의 주장은 이렇다.
□ 이 자료는 국가 기관(정부, 국회, 경찰 등)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내용을 제시하여 학생들의 건전한 국가관 형성을 심각히 저해할 우려가 높으며,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주장 및 특정 언론․단체 관련 자료의 제시가 과다하고, 비교육적 표현이나 학생의 성장발달단계에 부적합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교육자료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교육부는 소위 전교조의 '416교과서'를 활용하여 가치 판단이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정치적·파당적·개인적 편견이 포함된 편향된 시각을 심어주어서는 안되며,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안에 대해 법령 및 절차에 따라 엄중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의 중립성을 핑계 삼아 법령, 절차, 엄중, 대처 등의 언어로 교사를 겁박하는 보도자료 내용을 접하면서 우선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한 일이 궁금했다. 일반인의 희생도 적지 않지만 누구보다 학생들과 교사가 많이 희생된 사건이다. 한국 교육의 총책임을 져야 하는 교육부는 과연 그동안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가.
고작 학교 현장에서 세월호 리본을 다는 것을 금지시키려 하거나 세월호가 단순한 사고인 양 호도하려고 안전 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시성 공문을 내려보낸 것이 고작이다. 그리고 현장 교사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계기교육에 대해서 우려 어린 시선으로 관리, 감독하기에 급급했다.
이번에 전교조가 발간한 <416교과서>는 과연 교육부의 주장대로 판정 부적합의 불온하고 불충실한 교과서일까? 언론과 학계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서 파동을 일으켰던 교학사 교과서보다 부실하고 부정확할까? 교과서를 구해 읽어보고 교육부에서 부적합의 이유로 제시한 대목들을 살펴보았다.
초·중등 교과서에서 지적한 대목은 약간 다르지만, 교육부는 3가지로 부적합의 이유를 들었다. '부정적인 국가관 조장, 교육자료로서의 부적절성, 사실 왜곡'이 그것이다.
1. 부정적인 국가관 조장 중등 교과서p.90 함께 생각해 봅시다2. 생명과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참사는 ...(생략)... 우리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에는 ...(생략)...p.92 '국회 앞에서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유가족을 외면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란 문구와 사진교육부는"'생명과 안전보다 돈을 중시하는'이란 표현이 돈을 우선시하는 사회라는 편향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과적과 증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고의 위험을 마다치 않았던 세월호야말로 생명과 안전보다 돈을 중시한 표본 아닌가?
92쪽에 대해서는 "국회 앞에서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유가족을 외면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란 문구와 사진이 사진에 포착된 장면만을 가지고 전체적인 정황을 왜곡하고 있음. 이는 학생들에게 정부를 불신하게 하는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했다.
<416교과서> 중등편 91, 92쪽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고 눈물 흘리며 사과하는 장면을 몇 달 뒤 유가족들의 간절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청을 외면하는 장면과 나란히 배치했다.
교육부는 '사진에 포착된 장면만을 가지고 전체적인 정황을 왜곡하고 있음'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실제로 진도 체육관 방문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며,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40일 이상의 단식을 하는 동안에도 청와대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 정황을 더 자세히 언급하지 않은 것이 왜곡인가? 교육부는 무엇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자세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