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존심' 샤프, 결국 대만 폭스콘에 매각

일본 전자 대기업, 처음으로 외국 기업에 넘어가

등록 2016.04.03 08:01수정 2016.04.03 08:01
0
원고료로 응원
 대만 폭스콘의 일본 샤프 인수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대만 폭스콘의 일본 샤프 인수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NHK

일본의 전자업체 샤프가 대만 기업에 팔렸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2일 샤프는 대만 훙하이(鴻海) 그룹 산하 폭스콘에 경영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가 외국 기업에 팔린 것은 샤프가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폭스콘은 3888억 엔(약 3조9845억 원)을 들여 샤프 의결권의 약 66%를 소유하게 됐다. 앞서 샤프와 폭스콘은 지난달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측의 경영권 인수양도 계약을 승인했다.

1912년 창업주 하야가와 도쿠지가 구멍 없는 허리띠 버클을 발명하며 일으킨 샤프는 일반명사처럼 된 기계식 연필 '샤프펜슬'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라디오, 컬러 TV, 전자레인지 등을 내놓으며 전성기를 이어가던 샤프는 TV 시장에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LCD TV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나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의 추격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과다 투자와 액정 패널 가격 하락이라는 경영진의 전략 실수, 엔화강세,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수요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샤프는 2009년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매년 적자가 쌓이며 수조 원 규모의 채무를 견디지 못한 '일본의 자존심' 샤프는 끝내 독자적인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창업 104년 만에 외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훙하이 회장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할 것"

중국 본토 출신의 궈타이밍 회장이 대만에서 창업한 훙하이 그룹은 세계 최대의 '공장'으로 불리는 폭스콘의 모회사다. 1988년 중국 선전에 공장을 지은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며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러나 궈 회장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샤프 인수에 나섰다. 폭스콘의 뛰어난 제조력과 샤프의 첨단 기술이 만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궈 회장은 샤프 인수 기자회견에서 "단기간에 샤프를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약속하겠다"라며 "완전한 고용 승계를 위해 노력하고, 앞으로 2∼4년 안에 샤프의 재건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샤프는 액정 디스플레이 업계의 가장 중요한 창시자이며, 기술은 세계 첨단 수준에 올라있다"라며 "샤프가 앞으로 100년간 더욱 혁신을 이뤄 다시 성공을 거듭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샤프 #폭스콘 #훙하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