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팔기 과정상품의 상태에 따라 최상, 상, 중, 매입 불가로 나뉘며, 보유 재고량이 많은 도서는 매입하지 않는다.
이정혁
우리 차례가 오고, 팔기로 한 책들을 디밀었다. 헌책방의 사장님처럼, 담배 한 대를 꼬나물고 한눈에 척 보고는 근수를 파악해 합이 얼마라고 후려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상품의 상태에 따라 최상, 상, 중, 매입불가로 나뉘며, 보유 재고량이 많은 도서는 매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네 권은 퇴짜를 맞았다. 내가 판 책 중 '상'에 속하는 책이 1800원이었고 나머지는 700원에서 1000원 사이에 판매됐다.
5쪽 초과 메모가 있거나, 제본 탈착 도서, 젖은 흔적이 있는 도서, 2cm 이상 찢어진 도서는 매입불가 대상이었다. 집에 있는 책들을 손수레로 퍼 담아온다고 해서 모두 팔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심 우리 가족 점심값이라도 기대했던 아내는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여섯 권을 팔아서 받은 돈은 총 5500원. 그날 중고서점에서 구매한 책값이 5만 원을 훌쩍 넘겼으니,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졌다.
사라져가는 '풍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