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풍자하는 <보스턴글로브>의 가상신문 갈무리.
보스턴글로브
"이민자 추방, 무역 전쟁, 언론 탄압…"미국 유력 일간지 <보스턴글로브>가 10일(현지시각)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가정하고 1년 후 벌어질 미국의 상황을 담은 가상 기사가 화제로 떠올랐다.
신문은 지금으로부터 1년 뒤인 2017년 4월 9일 일요일을 발행일로 잡고 1면을 모두 가상 기사로 채웠다. 기행과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가 대통령이 될 미국의 끔찍한 미래를 풍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어떨까?'이민자 곧 추방 시작'이라는 머리기사는 불법 이민자를 모두 추방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세관국(ICE)의 병력을 3배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과 백악관 앞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민자 추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 추방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미국에 오려고 대기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미국이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각각 45%, 35%까지 올리면서 무역 전쟁이 벌어졌고, 이 때문에 뉴욕 증시가 폭락하며 큰 혼란에 빠진 것으로 보도됐다.
또한 '미군, 이슬람국가(IS) 대원 가족 사살명령 거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군 2명이 자신의 IS 무장대원 출신 친인척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거부하면서 백악관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중국산 애완견 이름을 중국 영부인 펑리위안으로 지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는 "왜 펑리위안의 기분이 상했는지 모르겠다"라며 "독일산 애완견의 이름은 메르켈로 지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명예훼손 법안을 추진하면서 언론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슬람 종파 갈등을 완전히 끝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기사도 실렸다. 또한 미국 최대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이 '트럼프 국립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풍자도 담겼다.
신문은 최근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장관으로, 벤 카슨의 참모인 조지 파파도폴로스를 특별 고문으로 임명한 것으로 묘사했다. 또한 트럼프와 TV 토론에서 설전을 벌였던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메긴 켈리는 백악관 출입이 정지된 것으로 전했다.
"공화당, 트럼프 막고 새 인물 추대해야"<보스턴글로브>는 별도의 사설에서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경고하려는 의도로 가상 기사를 만들었다"라며 "많은 미국인이 그의 공약과 비전이 인상적이라고 느끼지만, 우리가 볼 때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는 경박하고 무모한 선동 정치가(demagogue)에 불과하다"라며 "이런 선동가가 나타난 선례는 수없이 많았고, 그가 보여줄 종말과 논리의 결말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사설은 "이번 대선이 끝나고 나면 공화당은 트럼프 같은 인물이 왜 인기를 끌었는지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선동가를 받아들일 바에는 원칙을 깨서라도 공화당이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인물을 대선 후보로 뽑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를 추격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강경 보수 성향으로 적절한 후보가 아니다"라며 "공화당의 지난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스턴글로브>는 114년 전통의 진보 성향 일간지다.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끈질기게 취재해 2001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 실화가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소재가 되어 올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해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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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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